조총련 거물 김만유씨 55년만에 귀향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5면

조총련계 거물이자 북한이 자랑하는 '김만유 병원' 의 설립자인 김만유(金萬有.87)씨가 55년 만에 고향을 찾았다.

일본 니시아라이(西新井)병원 명예 원장인 金씨는 27일 오후 5시40분 대한항공편으로 부인 변옥배(78)씨와 함께 제주에 도착했다.

金씨의 조카인 김병두(50.남제주군의회 부의장)씨 등 친족 30여명과 지역 인사들이 제주공항에서 金씨 부부의 귀향을 축하했다.

다리가 불편해 휠체어를 타고 공항 입국장에 들어선 金씨는 "너무 오랜만에 고향땅을 밟으니 눈물이 난다" 며 "고향에 기여할 방법을 찾고 있다" 고 말했다.

보성고보에 재학 중이던 金씨는 1931년 만주에서 발생한 '만보산 사건' 과 관련, 일제를 규탄하는 격문을 붙이다 일경에 체포돼 옥고를 치렀다.

석방된 뒤인 36년 일본으로 건너가 의대를 졸업, 개업의로 활동하며 재산을 모은 그는 82년 북한에 22억엔을 헌금했다.

이 액수는 55년 재일 조총련이 결성된 후 지금까지 최고액으로 기록되고 있다. 북한은 이 자금으로 병상 1천3백개를 갖춘 초현대식 '김만유 병원' 을 설립했다.

金씨는 북한주민들이 식량난을 겪던 96년에도 쌀 1천t을 기증, 김정일 국방위원장으로부터 '인민의사' 칭호를 받는 등 金위원장과도 상당히 가까운 것으로 알려져 있다.

6남4녀의 자녀도 전원 일본에서 의사로 활동 중이다.

金씨 부부는 남제주군 대정읍 모슬봉에 있는 가족묘지에 성묘하고 고향땅에서 추석을 보낼 예정이다.

이들은 다음달 5일 서울 신라호텔에서 열릴 예정인 저서 『김만유선생 인술』과 『김만유집』(도서출판 고구려刊) 출판기념회에 참석한 뒤 9일 일본으로 돌아갈 계획이다.

제주=양성철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