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30일 한가위 TV 영화] KBS2 '맨 인 블랙'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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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8면

■ 맨 인 블랙(KBS2 밤 10시40분)

공상과학영화하면 뭔가 심각하고 현실과 동떨어진 이야기이기 쉽다.

그러나 이 영화는 외계인과 지구인의 대결을 우스꽝스럽게 그려냄으로써 코믹 SF라는 새로운 장르를 만들어냈다. 만화 시리즈를 원작으로 한 작품으로 자칫 싸구려로 흐를 수 있는 소재를 위트 넘치고 독창적인 영화로 만드는 데 성공한 1990년대 최고의 오락물 중 하나다.

영화의 모티브는 상식을 뒤집는 것에서 시작한다. 외계인이 지구 바깥에 존재하는 게 아니라 지구인들과 함께 오랜 옛날부터 생활해 왔다는 것이다.

게다가 외모도 ET처럼 별종이 아니라 인간과 전혀 구분이 안된다. MIB(Men in Black)라는 조직은 30년전부터 이들 지구의 외계인을 감시해 왔다는 가정아래 영화가 진행된다.

이 조직은 이민 외계인을 감시하고 불법 이민 외계인을 가려내는 임무를 맡아 왔다. 이 기관에 근무하는 형사와 은하계의 사악한 외계인의 대결이 시종 재치있게 펼쳐진다.

윌 스미스와 토미 리 존스의 뛰어난 연기가 스토리의 허무맹랑함을 아무렇지도 않게 커버하고도 남는다.

지구의 운명을 좌지우지하던 은하계가 우주 전체로 보면 기껏 장난감 정도에 지나지 않는다는 것을 보여 주는 마지막 장면처럼 진지한 면모도 갖춘 영화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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