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연합 후원공연 패티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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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6면

대형 가수 패티 김이 전국 투어 공연에 나선다. 한국여성단체연합(여성연합)을 후원하기 위한 공연이다. 패티 김은 지난 6월부터 여성연합의 후원회장을 맡고 있다. 1940년생. 환갑을 넘긴 나이가 믿어지지 않을 만큼 여전히 매력적인 그녀는 여성연합을 후원하는 데 대한 자부심을 숨기지 않았다.

"10여년 동안 사업비의 대부분을 독일로부터 지원받아 왔다고 합니다. 한국이 OECD에 가입하게 되면서 지원이 끊겨 어려움을 겪고 있고요. 충격이었고 부끄럽기도 하더군요. "

그녀는 "이런 직함을 맡는 데는 연륜도 필요하다. 10년만 젊었어도 많이 고사했을 것" 이라고 말했다.

이번 전국 투어는 다음달 7일 저녁 7시 서울 세종문화회관 공연을 시작으로 춘천(12일), 전주(20일), 대전(23일), 부산(24일), 광주(27일), 대구(28일), 포항(31일)으로 이어진다. 1588-7890.

26일 오후 서울 한남동의 한 이탈리아 레스토랑에서 그녀를 만났다. 이 자리에는 그녀의 둘째딸 카밀라(24)도 함께 했다. 패티 김은 딸만 둘을 낳았다. 카밀라는 76년 재혼한 이탈리아인 남편 아르만도 게디니와 사이에 낳았으며, 첫째딸은 첫 남편이었던 작곡가 고 길옥윤씨와 사이에 태어난 정아(32)씨다. 정아씨는 현재 유엔난민고등판무관 직원으로 아프리카에서 구호활동을 하고 있다.

세간의 화제가 됐던 이혼과 재혼, 딸만 둘을 낳아 기른 경험이 그녀로 하여금 여성 운동에 관심을 갖게 만든 것은 아닐까. 우리 사회에 여전한 남아 선호 사상에 대한 의견을 물었다.

"한마디로 넌센스죠. 물론 유교적 전통을 무조건 무시할 수는 없지만, 특히 아들을 낳아야 한다는 남편측의 요구로 여성들이 고통받는 상황은 이젠 없어져야죠. "

그녀는 "카밀라가 여섯살 때, 내가 친구들과 대화하던 중 별 생각없이 '둘째는 아들이었으면 좋았을 걸' 이라고 한 말을 듣고 하루 종일 운 일이 있다. 그 일이 나에게도 큰 충격이었다" 고 말했다.

카밀라는 얼마전 UCLA를 졸업했다. 전공은 연기.연출로 대학 재학중 아카펠라 그룹 활동을 하고 지난해에는 로스앤젤레스에서 뮤지컬에도 출연했다. "궁극적으로 브로드웨이 뮤지컬 무대에 서는 게 목표" 라고 말하는 그녀는 언니 정아씨를 '세상에서 가장 친한 친구' 라고 불렀다. 이번 공연에서는 어머니와 무대에 올라 셀린 디옹과 바브라 스트라이젠드가 부른 '텔 힘' 등을 듀엣으로 노래할 계획이다.

슈퍼 스타를 어머니로 두는 것은 어떤 일일까.

카밀라는 "물론 잦은 공연 때문에 함께 할 시간이 부족해 늘 아쉬웠다. 하지만 어머니가 보고싶으면 TV를 켰고, 목소리가 듣고 싶으면 레코드판을 틀면 됐으니, 보통 회사에 다니는 어머니보다는 나은 편이라고 생각했다" 며 웃었다.

패티 김은 두 딸을 초등학교때부터 미국에서 가르쳤으나 중.고등학교는 한국에서 다니도록 했는데 "한국말을 잊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 라고 한다.

스타의 '엄마 노릇' 은 어떨까.

"공연이 없는 날은 반드시 집에 있었어요. 꼭 제 손으로 아침을 해먹이고 도시락을 싸고 등교길을 배웅하고 하교길엔 집앞에서 기다렸지요. 밖에선 스타지만 집에선 좋은 엄마가 되기 위해 최선을 다했습니다. "

패티 김은 "유심히 살펴봤지만 조금 특출하게 성공한 사람의 뒤에는 거의 전부 뛰어난 내조 혹은 외조가 꼭 있다더라. 오늘의 내가 있을 수 있었던 것은 전적으로 가수 활동을 이해하고 응원해준 남편 게디니 덕분" 이라며 "한국의 많은 남편들이 아내의 사회 활동을 좀더 적극 도와주기 바란다" 고 말했다.

최재희 기자

사진=김태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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