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교위 국감] "안정남장관 의혹" 야 집중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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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안정남(安正男.60)건설교통부 장관과 그의 네 동생 이름이 국정감사장에서 오르내리는 진풍경이 26일 벌어졌다. 국회 건설교통위의 건교부 국정감사에서다.

그는 쏟아지는 '5대 비리 의혹' 에 대해 동생들을 감싸고 해명하는 데 바빴다.

安장관의 첫째 동생 창남씨는 무안 신공항 건설사업에 32억원어치 골재를 독점 납품해 야당의 의혹을 산 대양산업개발의 소유주다. 한나라당 안경률(安炅律)의원은 "대양산업과 골재 납품 수의계약을 한 K산업엔 장관의 넷째 동생인 귀남씨가 자재과장으로 재직하고 있다" 며 "형제끼리 정보를 교환하고 무언의 압력을 넣었다는 세간의 비판에 답하라" 고 다그쳤다.

安장관은 "나는 사인(私人)간의 계약관계에 개입하지도, 그에 대해 답변할 위치도 아니다" 고 말했다. 그는 "막내 귀남이는 정식으로 시험을 봐 K산업에 입사했다" 고 강조했다.

둘째 동생 승남씨는 1999년 S주류상사에 이사로 들어갔다.

이에 따라 10억원 미만이었던 회사의 연간 매출이 1백억원 이상으로 급증했다고 최병국(崔炳國.한나라당)의원이 의혹을 제기했던 대상이다.

야당 의원들은 "이같은 매출 급증이 주류업소들의 생사여탈권을 쥐고 있는 국세청장의 동생 회사라는 점과 관련이 있을 것" 이라고 주장했다.

安장관은 "동생은 20년간 주류업체 일을 해왔으며 자기의 영업력으로 매출을 올린 것" 이라며 "내가 음식점에 동생을 봐달라고 전화라도 했다는 말인가" 라고 항변했다.

안경률 의원은 또 安장관의 강남 땅 투기의혹을 제기하면서 "장관의 셋째 동생 덕남씨가 문제의 땅에서 주차장을 운영하고 있다" 고 주장했다.

안경률 의원과 안상수(安商守)의원 등은 安장관의 답변에 대해 "장관의 상식으론 이해될지 모르나 국민의 상식으론 이해할 수 없다" "동생들에 대해 의혹이 제기되면 '나와 관계없는 일' 이라고만 말할 게 아니라 사실관계를 확인하는 게 고위 공직자의 자세" 라고 지적했다.

安장관은 또 자신에게 직접 제기된 '국세청 직세국장 재직시 수뢰 의혹' 에 대해선 "97년에 검찰이 내 자식의 초등학교 시절 통장까지 뒤졌으며, 그 과정에서 나도 한에 사무쳤던 사건으로 전혀 사실과 다르다" 고 주장했다.

安장관은 "솔직히 말씀드려 (이런 의혹들이)내가 언론사 세무조사를 했기 때문에 이렇게 당하는구나 하는 생각으로 참고 또 참고 있다" 고 말해 이윤성(李允盛)의원으로부터 "언론사가 남을 모함하는 집단이냐" 는 힐난을 받기도 했다.

安장관은 신안그룹 박순석 회장과는 자신이 국세청 차장.청장 시절 조사와 내사를 했던 대상으로 전혀 무관한 사이임을 강조하기도 했다.

그는 최근 재경위 국감에서 "4.19 때 이기붕의 집을 불사른 정신으로 세무행정을 해나갔다" 고 한 발언에 대해 "적절한 답변이 아니었다" 고 해명했다.

한편 야당 의원들이 安장관을 향해 질문을 하면서 '권력 실세 개입' '수신제가(修身齊家)를 먼저 해야' 는 등의 표현을 쓰자 민주당 김홍일(金弘一)의원이 "내가 제일 억울하다. 실세는 누구를 지칭하는 말인가" 라며 항의했다.

전영기.차진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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