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리샘] 충무로 인프라 확충도 관심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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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8면

영화 '공동경비구역 JSA' '무사' 등에 투자해 온 CJ엔터테인먼트가 비상업영화(독립영화)를 지원하기로 했다.

해마다 3억원의 기금을 출연, 네 편의 디지털 장편영화에 각각 3천만원을 지급하고, 영화학도에게 장학금.해외연구비를 지원하겠다는 것. 또 12월 열리는 한국독립단편영화제에는 1천만원의 상금도 후원한다.

충무로에 자본이 몰리고 있다지만 상업영화에 국한된 것이어서 비상업권영화는 상대적으로 혜택의 폭이 좁았다. 그런 실정에서 상업영화에서 번 돈의 일부를 독립영화로 돌리겠다는 이번 CJ의 결정은 한국영화계에 활력소가 될 터이다. 다른 영화사들도 이런 흐름에 동참한다면 한국 영화의 체질이 훨씬 강화될 거라는 희망도 가져본다.

그러나 바람이 있다면 지원의 방향을 좀 더 다원화했으면 하는 것이다. 현재 영화진흥위원회나 영화계 일각에서 이뤄지는 지원이 너무 영화 제작쪽에만 몰려 있는 게 아니냐는 생각이 든다. 우리 영화계에는 마치 작품만 많이 만들어내면 한국영화 산업이 신장되는 양 느끼는 의식이 강한 것 같다.

힘들게 찍고 난 뒤에도 극장을 못 잡아 관객과 만나지 못하는 영화가 많은 현실, 휘황찬란한 멀티플렉스만 솟아날 뿐 외국의 좋은 영화들을 상시적으로 볼 수 있는 상설영화관(시네마테크) 하나 제대로 갖추지 못한 현실에서 무작정 영화만 찍어낸다고 능사는 아니라고 본다.

당장 생색은 안 나더라도 한국 영화의 소위 '인프라' 를 튼튼히 하기위해서는 투자와 지원의 우선 순위를 어디에 둬야 할 지 한층 지혜롭게 생각해야 할 듯 싶다.

이영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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