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아야 재미있다] 결승전의 징크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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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4면

월드컵 결승전은 언제나 지구촌 수억명 축구팬의 눈과 귀를 끌어모은다. 뜨거운 관심 때문일까. 결승전에선 이변이 일어나기도 하고 특이한 징크스가 선수들을 괴롭히기도 한다.

1934년 이탈리아 월드컵 결승전. 체코가 후반 종료 10분을 앞둔 시점까지 개최국 이탈리아에 1 - 0으로 앞섰다. 체코 선수들이 우승트로피를 안을 준비를 하고 있을 무렵인 종료 9분 전, 이탈리아는 극적인 동점골을 뽑았고 연장전에서 다시 안젤로 사비오가 결승골을 터뜨려 역전승했다. 이때부터 월드컵 결승전에서 먼저 골을 넣은 팀이 진다는 징크스가 생겼다.

50년 브라질 월드컵 결승전에서도 브라질은 선제골을 넣고 우루과이에 연속골을 허용해 무릎을 꿇었고, 54년 대회에서도 헝가리는 먼저 두 골이나 넣고 서독에 내리 네 골을 뺏겨 2 - 4로 졌다. 58년 스웨덴 대회와 62년 칠레 대회 결승전에서도 선제골을 넣은 스웨덴과 체코는 준우승에 만족해야 했다. 체코는 두차례나 먼저 골을 넣고도 역전패, 우승 일보 직전에서 무너졌다.

94년 미국 월드컵 결승전은 최고의 스타를 하루아침에 바보로 만들어버렸다. 이탈리아는 경기 초반부터 특유의 빗장수비로 호마리우·베베토 공격라인을 걸어잠갔고, 양팀은 연장을 포함해 1백20분 동안 득점없이 비겼다.

이탈리아로서는 성공인 셈이었고, 분위기가 이탈리아 쪽으로 기우는 듯했다. 그러나 승부차기에서 이탈리아의 마지막 키커로 나선 골잡이 로베르토 바조는 공을 허공으로 차버려 브라질에 우승을 헌납하고 말았다.

전진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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