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상 포로 사살 미군 전쟁범죄로 처벌해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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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6면

2주째 접어든 팔루자 대공세로 미국과 이라크 정부가 곤란한 입장에 처했다. 전투에서는 대승을 거뒀지만 후유증이 심각하다. "유령도시가 된 팔루자의 '유령'이 미군과 이라크 임시정부를 괴롭히고 있다"고 아랍어 일간 알쿠드스 알아라비는 17일 지적했다.

미국은 포로 사살 사건으로 다시 국제적 비난에 직면하고 있다. 이라크 내 시아.수니파 간 갈등의 골은 더 깊어지고 있다.

◆ 제2의 아부 그라이브=팔루자의 한 사원에서 미 해병대원이 부상당한 이라크 포로를 사살하는 장면이 방영되면서 비난이 쏟아지고 있다. 국제인권단체들은 16일 '전쟁범죄'에 해당한다며 철저한 조사를 촉구했다. 휴먼 라이츠 워치, 국제엠네스티 등은 이날 유엔고등판무관에게 팔루자에서의 부적절한 군사행동과 민간인 살해 등의 의혹을 전면 조사하라고 요구했다.

이에 대해 이라크 주둔 미 해병대 측은 적군 부상자들이 자폭하는 사례가 있다며 '정당방위'로 몰아가고 있다. 하지만 화면에 잡힌 상황을 설명하기에는 역부족이다. 아랍어 일간 알샤르크 알아우사트는 이번 사건을 '제2의 아부 그라이브'라고 지적하면서 미군과 이라크군의 지나치게 강압적인 저항세력 소탕을 비난했다. 신문은 "이외에 다른 인권침해 사례들이 발견될 경우 이번 사건은 아부 그라이브 수용소 포로학대보다 더 큰 파문을 가져올 것이라고 지적했다.

◆ 모두 테러리스트인가=팔루자 작전 이후 이라크 내 수니파의 반발도 극심하다. 시아파인 이야드 알라위 총리가 비상사태까지 선포하며 미군 주도의 팔루자 대공세를 승인했기 때문이다. 이라크 내 수니파 최대 단체인 이슬람학자기구의 대변인은 16일 "이번 작전은 수니파에 대한 대량학살"이라고 강조했다.

팔루자 작전에 반대해 임시정부에서 탈퇴한 수니파 '이라크 이슬람당'도 17일 성명을 통해 "수니파가 모두 테러리스트는 아니다"라고 반발했다.

카이로=서정민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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