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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시 재선과 중국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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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2004년 미국 대선은 조지 W 부시 대통령의 재선으로 끝났다. 일본 언론 보도에 따르면 아시아 각국에서 일반 사람들 사이에는 케리 민주당 후보의 당선을 바라는 목소리가 커졌지만 정부 관계자들은 부시의 재선을 더 기대했다. 부시와 개인적인 우정관계를 쌓은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 총리와 정부 관계자들은 인간관계와 정책의 계속성이란 관점에서 부시의 재선을 강력히 희망했던 것으로 생각된다.

중국의 입장은 무엇이었을까. 선거 전 시내의 중국인들은 대부분 케리에게 호의적이었지만 공산당 지도부는 확실히 부시의 승리를 예상했고, 기대도 했던 것 같다. 중국의 입장에서 보면 부시 재선이 가져오는 마이너스 측면도 있다. 미국의 단독 행동주의가 계속 유지되고, 국방라인을 중심으로 중국의 군사력 증강 경향에 강경한 자세를 보이려 할 것이기 때문이다. 적극적으로 대만에 무기를 팔려고 하는 점도 문제다.

그러나 개략적으로 말한다면 플러스 측면이 더 많다. 양국 정부는 이미 견고한 커뮤니케이션 통로를 만들어 놓고 있다. 앞으로도 부시 행정부가 중국을 문제삼지 않고 '반 테러'를 최우선 정책으로 삼는다면 양국의 이해관계는 일치한다. 국내 민족문제를 안고 있는 중국으로선 미국의 '반 테러' 정책이 유리하게 작용할 여지가 많다. 최대 현안인 천수이볜(陳水扁) 대만 총통의 독립 경향에 대해서도 부시 정권은 줄곧 걱정하면서 억제하려고 해 왔다. 경제적인 측면에서도 유리하다. 미국의 대중(對中) 무역적자가 더욱 증가해도 공화당 정권에선 비판 목소리가 비교적 낮을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반면 케리가 승리했다면 중국으로선 플러스도 예상할 수 있었다. 우선 민주당인 클린턴 전 대통령 당시 형성됐던 양국 간 '전략적 파트너십'의 부활을 기대할 수 있다. 그러나 마이너스 면도 많다. 당장 새로운 커뮤니케이션 파이프 라인을 만들지 않으면 9.11 테러 이후 겨우 만들어진 양국 간 신뢰관계 채널이 무효화할 가능성이 크다.

부시 대통령은 취임 초기 그때까지의 '전략적 파트너십'을 무시하고 중국을 '라이벌 관계'로 강조했다. 그러나 양국 관계는 9.11 테러를 계기로 크게 변했다. '반 테러' 입장에서 양국의 이해관계가 일치했다. 중국은 9.11 이후 미국에 대해 최대한의 배려를 표시해왔다. 이라크 전쟁을 비난하지 않은 데다 6자 협의에서 중개역을 한 것도 미국 중심 외교를 강화한 것과 관련이 있다. 물론 양국 관계는 매우 미묘하지만 당장은 공통이익을 고려한 어른스러운 전략적 관계를 유지한다는 게 일치된 입장이다.

2기 부시 행정부의 집권 4년 동안 테러 문제가 해결될 것으로 보이지는 않는다. 이라크 문제도 우여곡절이 있을 것이다. 그러면 부시 행정부는 계속 테러와 중동 문제에 분주해져 동아시아에 대한 관심이 제한적이 될 가능성이 크다. 중국이 대미 관계를 전개하는 데 있어 유리한 객관적 상황이 계속될 것 같다.

그러나 장기적인 관점에서 본다면 중국으로선 하나의 걱정이 등장하고 있다. 부시 행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해외 주둔 미군의 재편 문제다. 미국은 일본을 거점으로 아시아 안보를 강화.관리하려고 한다. 중국으로선 미국이 장래 중국의 대두를 염두에 두고 하는 전략적 포석일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럼에도 향후 양국 관계는 동아시아를 좌우할 중요한 요소임에 틀림없다.

고쿠분 료세 게이오대 동아시아연구소장
정리=오대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