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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테러 대전] 반 탈레반군 정권탈환 노린다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1면

'탈레반 정권 붕괴 이후를 노린다 - ' .

아프가니스탄 집권 탈레반에 대한 미국의 파상적인 보복 공격이 기정사실화하면서 탈레반을 대체하려는 세력들이 급격히 부상하고 있다. 대표 세력으로는 탈레반의 카불 입성(1996년 9월) 이후 아프가니스탄의 5%를 장악한 북부동맹과 1973년 축출된 후 이탈리아 로마에 망명 중인 모하마드 자히르 샤(87)전 국왕이 있다.

◇ 공세 펴는 북부동맹=탈레반에 의해 수도 카불에서 쫓겨난 96년 이후 라바니 대통령을 지지하는 세력을 중심으로 북부동맹이 구성됐다.

3만명 병력의 북부동맹은 이외에 라시드 도스탐 장군이 이끄는 우즈키스탄계가 중심이 돼 있다. 이들은 그동안 탈레반의 공세에 밀려 맥을 추지 못했다. 그러나 이번 사태로 북부동맹은 군사 작전을 강화하고 있다.

북부동맹은 오사마 빈 라덴 체포, 탈레반 정권 전복, 미국과의 협력 하에 신정부 수립 등을 선언했다.

이슬라마바드의 소식통은 "미국도 반군에 대한 지원을 비공개적으로 약속한 상태며 이미 미국 특수전 교관들과 반군 지도자들간의 회담이 있었다" 고 전했다. 도스탐 장군이 이끄는 우즈벡계 반군은 지난 22일 아프간 북부 마자르 이 샤리프시를 탈환하기 위한 공격에 나서 이미 진지 11개를 장악하는 등 공세를 취하는 중이라고 현지 소식통들이 전했다.

또 최근 탈레반의 테러로 숨진 북부동맹의 아흐마드 샤 마수드의 후계자로 선정된 무하마드 파헴 장군도 주변국의 지원을 얻기 위해 뛰고 있다.

그는 지난 22일 타지키스탄의 수도 두샨베에서 아나톨리 크바시닌 러시아군 총참모장과 회담을 하고 러시아와 주변국들이 자신에게 원조를 집중해 줄 것을 요청했다.

이밖에 북부동맹 산하의 다른 사령관들도 바드기스.사만간.발크.타크하르 등에 대한 공격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 복귀 노리는 전 국왕=미국에 대한 테러는 자히르 샤 전 국왕에게도 재집권의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그는 최근 영국 BBC 방송을 통해 "테러리스트들이 지역 평화와 조국의 안정을 위협하고 있다. 아프간의 안정을 위해 국민이 나서야 한다" 면서 "조만간 족장 회의를 개최, 지도자를 선출한 뒤 과도 정부를 수립할 계획" 이라고 밝혔다.

프랑스 유학으로 서구 문명을 접한 그는 33년 부왕인 나디르 칸이 암살된 후 19세의 나이로 즉위, 40년간 아프간을 통치했다. 2차 세계대전과 냉전 기간에 중립 노선을 표방, 미.소 양측의 지원을 끌어내 정치.경제 안정을 도모하는 수완을 발휘했다. 그러나 73년 7월 이탈리아 방문 중 사촌인 모하마드 다우드 왕자의 쿠데타로 로마에 망명했다.

◇ 미국 의도가 중요=북부동맹과 전 국왕의 재집권 꿈은 미국의 의중에 달려 있다. 미국이 공격의 수위를 탈레반의 테러 네트워크 분쇄에 한정할지 탈레반 정권의 타도까지 밀어붙일 것인지 단정하기 어렵다.

백악관은 아직 이에 관해 공개적인 입장 표명을 하지 않고 있다.

그러나 러시아.이란 및 중앙아시아 국가들이 탈레반 정권을 무너뜨리기 위해 북부동맹을 지원해온 점을 감안하면 미국이 이 기회를 이용할 가능성이 있다.

이슬라마바드=김석환 특파원,

서울=장세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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