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공 일 박사의 경제해법 찾기] 테러 참사후의 경제운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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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인류 역사는 수많은 인명을 앗아간 전쟁과 파괴, 그리고 각종 대참사로 점철되어 왔다. 정도의 차이는 있으나 이러한 일들이 인류 역사의 흐름을 바꿔온 것이 사실이다.

이번 뉴욕과 워싱턴에서 일어난 반인륜적인 테러 참사는 적어도 미국경제와 세계경제 전체의 흐름에 영향을 끼치게 될 것이 분명하다.

다만 그 영향이 어느 정도 될 것이냐 하는 것은 현재 세계인 모두의 관심이 되고 있다.

*** 소비 심리 ·경기 회복 찬물

그러나 이것을 제대로 가늠하기가 쉬운 일이 아니다. 특히 그동안 미국경제의 경기후퇴를 막는 데 크게 기여해온 미국 소비자들의 소비심리에 어느 정도 악영향을 미치게 될지 아무도 장담할 수 없기 때문이다.

게다가 이번 참사는 일과성인 천재지변 등과는 달라서 미국이 응징하게 될 테러집단과 그 옹호국가의 범위, 그리고 전쟁기간 자체가 아직도 불확실한 상태에 있기 때문에 더욱 그러하다. 미국이 국제적인 공조와 협조를 통해 국한된 지역에서 최단시일내에 '테러와의 전쟁' 을 마무리하는 경우에서부터, 1차응징 →테러재발 →전쟁지역확산과 장기화의 악순환 시나리오까지 상정할 수 있다.

이러한 최악의 경우에는 국제유가의 급등과 국제금융.외환시장의 혼란으로 세계경제가 단기적으로 감당하기 힘들 정도의 큰 충격이 올 수도 있다.

불행 중 다행으로 참사 직후부터 지금까지 보여준 미국의 흔들림 없는 리더십과 신속한 정책대응, 그리고 국제공조노력 등을 고려할 때 최악의 경우로 사태가 진전될 가능성은 과히 크지 않다고 볼 수 있다.

그렇더라도 이번 사태로 인해 미국경제의 경기회복은 적어도 반년 이상 지연될 가능성이 커졌다.

더욱이 테러참사 이전까지만 해도 미국경제는 공식적인 경기후퇴(recession), 즉 2분기 연속 마이너스 성장은 면할 수 있을 것이라는 것이 중론이었으나, 이제 미국경제는 경기후퇴를 피하기 힘들게 되었다.

미국경제의 조기회복에 큰 기대를 걸어온 우리에게 그만큼 부담이 늘어나게 될 것은 당연한 일이다.

그럼 우리는 이 추가적인 어려움을 어떻게 극복해 나가야 할 것인가. 우선 정부의 기민한 정책대응과 믿음직스럽고 흔들림 없는 리더십 발휘로 소비자와 국내외 투자자들의 불안감을 최대한 줄여주어야 한다.

특히 정부는 온 국민이 느끼는 위기감을 긍정적인 에너지로 승화시켜 집단이기주의와 소모적인 정쟁을 최대한 지양하며, 건전하고 생산적인 노사관계를 형성할 수 있는 국민적 합의를 모을 수 있도록 리더십을 발휘해야 한다.

우리 모두가 잊지 말아야 할 분명한 사실은 우리 경제의 구조적인 문제들은 미 테러참사로 인해 달라진 게 없다는 것이다. 따라서 우리가 그동안 추진해온 분야별 구조조정의 필요성에는 아무런 변화가 없다.

오히려 우리 경제 내부의 불확실성을 줄이기 위해 구조조정은 가속화돼야 할 것이다. 특히 하이닉스 등 일부 주요기업과 부실 금융기관의 처리는 가까운 시일내에 매듭지어져야 한다. 그리고 부실정리를 위한 공적자금 투입에 따라 사실상 국유화된 주요 은행들의 단계적 민영화도 추진돼야 한다.

이와 아울러 진정한 의미의 상시 기업구조조정 체제 마련을 위해 기업을 신설하는 데 걸림돌이 되는 각종 규제를 줄이고, 금융자율을 최대한 보장해 줌으로써 수익성 없는 기업에 자금이 배분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

또한 기업 퇴출의 원활화에 필요한 기업 도산 관련법들을 하루속히 정리.통합하고 노동시장의 유연성 확보를 위한 노력도 병행해야 한다.

*** 투자자 불안감 해소 시급

이러한 구조조정 노력이 이룩될 때 국내기업과 외국인 투자가 늘어날 수 있을 것이며, 적어도 외국으로 자본이 빠져나가지 않거나 그 유출이 최소화 될 것이다.

현재 세계경제는 아주 어려운 고비를 맞고 있다. 따라서 우리도 당분간 경제성장에 대한 기대수준을 낮출 수밖에 없다.

그러나 내년 하반기께 호전될 세계 경제여건을 최대한 활용하고 우리경제의 지속적인 성장 기초를 닦는 경제체질 강화노력을 게을리 해서는 안된다.

사공 일 박사 세계경제연구원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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