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부영 의장 "국민, 개혁 피로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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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열린우리당 이부영 의장(가운데)이 17일 오전 국회내 당 의장실에서 확대간부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조용철 기자

열린우리당 이부영 의장은 17일 "북핵 해결을 위한 6자회담을 보완하고, 남북관계를 더 발전시키기 위한 취지의 남북 정상회담을 못할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서울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외신기자클럽 초청 토론에서다. 그러면서 그는 "북한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답방하는 것이 가장 순리지만, 답방을 꼭 고집해서 (정상회담의) 조건이 돼서는 안 된다"고 했다. 남북 정상회담 성사를 위해서라면 장소와 목적, 모두 열어놓고 생각할 수 있다는 뜻이다.

이 의장의 이 같은 발언은 노무현 대통령이 지난 13일 북핵 문제와 관련, "북한의 주장에 일리가 있는 측면이 있다고 본다"고 한 데 이어 나온 것이다. 이에 따라 미국의 부시 행정부 2기 출범을 계기로 여권이 남북 정상회담을 위한 분위기 다지기에 들어간 것 아니냐는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이 의장은 이날 토론에서 "사실 정부.여당에서는 미 대선 전에 '선거가 끝나면 우리가 미.중.일은 물론 북한까지 설득해 북핵 해결을 위한 역할을 주도적으로 벌여야 한다'는 논의가 있었다"고 말해 이 같은 관측을 뒷받침했다.

그는 이어 "정상회담이 열리기 전에 남북 국회회담도 시도될 것이고 각종 회담들이 열리게 될 것으로 본다"며 보다 구체적인 계획을 내놓았다.

이와 관련, 이 의장은 지난달 말 일본을 방문해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총리와 북핵 문제를 논의한 데 이어 이달 하순에는 중국을 찾아 지원을 요청할 예정이다. 중.일 양국과 북핵 해결을 위한 일종의 '동북아 연대'를 구성해 북한을 압박하는 한편, 강경파가 포진한 미 행정부를 설득하겠다는 취지다.

이 의장은 이를 뒷받침하듯 이날 "고이즈미 총리가 일본 내에 대북 강경론이 있긴 하지만 자신은 대북 압박.봉쇄를 유효한 수단으로 보지 않는다는 취지의 말을 했다"고 소개했다.

이 의장은 특히 최근 노 대통령과 자주 만나 이 문제에 대해 교감을 나눠왔다고 당 관계자가 전했다. 노 대통령은 아태경제협력체(APEC) 정상회담 참석을 위해 출국하기 직전인 지난 12일에도 이 의장을 청와대로 불러 정국현안에 대해 대화를 나눴다.

한편 이 의장은 이날 국가보안법 폐지 등 이른바 '개혁 입법'과 관련해서는 "국민 속에 일종의 '개혁 피로증'이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 "야당은 합법적으로 뽑힌 대통령을 자신들이 탄핵했던 것 같은 '우(愚)'를 여당이 범하기를, 민의를 거스르는 함정에 빠지기를 바라는지 모르겠으나 우리는 그렇게 하지 않고 민의를 존중할 것"이라고도 했다. 그러면서도 그는 "야당이 계속 반대하고 대안도 내놓지 않으면 민주적 절차에 따라 연내에 처리하겠다"며 표결처리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았다.

김선하 기자 <odinelec@joongang.co.kr>
사진=조용철 기자 <youngch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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