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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세인 아들 '미국 테러 지원설' 제기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3면

미국의 보복공격 초점이 점차 넓어지고 있다. 오사마 빈 라덴 이외의 배후조종 용의자와 지원세력에 대한 정보가 속속 수집되고 있는 것이다. 이라크의 관련설이 강력하게 제기되고 있기도 하다.

◇ 수사 상황=수사를 지휘하고 있는 존 애슈크로프트 미국 법무장관은 19일 "테러조직들이 여러국가 정부로부터 피난처를 제공받고 지원을 받고 보호를 받은 것이 분명하다" 면서 "이 정부들은 이제 미국이 테러조직 지원을 결코 용납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명백하게 이해할 때가 됐다" 고 경고했다.

애슈크로프트 장관은 배후 지원혐의를 두고 있는 국가의 이름을 언급하지 않았지만 수사당국은 세계무역센터에 아메리칸항공 여객기를 충돌시킨 모하메드 아타(33)가 올 초 유럽에서 이라크 정보기관 관계자와 접선했다는 제보를 토대로 이라크를 집중적으로 의심하고 있다.

군사전문지 제인스 디펜스 위클리의 자매지인 제인스 포린 리포트도 이날 사담 후세인 이라크 대통령의 아들로 이라크 정보기관 SSO의 최고 책임자인 쿠사이 후세인이 테러를 지원했을 가능성을 제기했다.

◇ 새로 떠오른 용의자=제인스 포린 리포트는 레바논 출신의 '헤즈볼라' 해외특수작전 책임자 이마드 무그니예(48)와 이집트 출신으로 '지하드' 핵심간부 아이만 알 자와히리(50)를 강력한 용의자로 지목했다.

이슬람 무장조직에 정통한 한 소식통은 "무그니예가 비밀리에 독일에 가서 잠행 중이던 부하들을 만났다. 이번 미국 공격작전을 구상한 사람은 그와 자와히리이며 이들은 이라크 정보기관의 자금과 무기지원을 받았을 것으로 믿고 있다" 고 이 잡지에 말했다. 포린 리포트는 무그니예를 아는 이스라엘인들은 "빈 라덴은 그에 비하면 어린아이라고 말하고 있다" 고 전했다.

그는 1984년 미 중앙정보국(CIA)베이루트 지국장 윌리엄 버클리를 납치 살해한 혐의를 받고 있으며 미국은 그에게 2백만달러(약 26억원)의 현상금을 걸어 놓았다. 자와히리는 1990년부터 아프가니스탄에서 '지하드' 조직을 재건한 인물로 빈 라덴이 지휘하고 있는 알 카에다와도 깊은 유대를 맺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 이라크 관련됐나=이라크가 이번 사태에 직접 개입했다는 단서나 구체적인 정보는 없다.

이라크 정보기관원들이 종종 빈 라덴의 부하들을 만났고 세계무역센터 테러 용의자 아타를 최근에 접촉했다는 미확인 정보가 고작이다.

이 때문에 미국 관리들이 이라크를 배후국으로 주목하고 있는 것은 이라크를 희생양으로 삼으려는 속셈이라는 의심도 제기되고 있다.

군사전문가들은 테러범에 대한 수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을 경우 이라크를 공격하는 선에서 보복을 마무리할 수도 있다는 추측도 하고 있다. 오사마 빈 라덴과 이라크가 테러를 공모했을 가능성도 희박하다.

월 스트리트 저널은 19일 정보관계자를 인용해 "빈 라덴은 이슬람교 성직자를 많이 죽인 후세인을 혐오한다. 두 사람의 협력을 상상하는 것은 무리" 라고 지적했다.

이상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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