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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색내기 '차 리콜'… 잘 안팔리는 차종 위주 수리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5면

지난해 현대 아토스 자동변속 차량을 구입한 白모(40.회사원.경기도 군포시)씨는 얼마 전 정비업소를 찾았다가 헛걸음을 했다.

에어컨을 켜고 운행할 때 브레이크가 제대로 듣지 않는 결함 때문에 여름 내내 고생해온 그였다.

지난달 이런 현상이 있는 아토스에 대해 현대자동차측이 리콜(일제 수리)을 실시키로 했다는 소식을 듣고 찾아간 정비업소에선 그러나 "터보 차량만 해당된다" 며 수리를 거절했다. "일반차량은 터보와 브레이크 구조가 달라 리콜에서 제외했다" 는 설명이었다.

白씨는 "많이 팔린 차종을 빼고 일부만 대상으로 한 생색내기 리콜" 이라며 현대측에 항의하고 있다.

실제로 자동차 10년타기 시민연합이 지난달 건설교통부 산하 자동차 성능시험연구소에서 아토스의 제동거리를 반복 측정한 결과 에어컨 작동시 일반 자동변속 차량도 제동거리가 6m 정도 늘어나는 것으로 밝혀졌다.

자동차회사들의 '반쪽 리콜' 에 소비자들의 불만이 이어지고 있다.

같은 차종에서 똑같은 결함이 발견돼도 일부만을 리콜대상으로 인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때문에 자동차 회사는 물론, 자동차 동호회와 시민단체의 인터넷 홈페이지에는 소비자 불만이 잇따른다.

부산의 朴모(35)씨는 지난해 쌍용자동차의 뉴코란도 밴을 산 직후 운전석의 안전띠 결함을 발견했다. 안전띠가 제대로 감기지 않아 차문에 끼는 일이 잦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쌍용측은 지난해 8월 뉴코란도 안전띠에 대한 리콜 대상에 밴을 포함시키지 않았다. 朴씨는 "소비자 보호보다는 홍보 효과에만 치중한 눈가림식" 이라고 불만을 터뜨렸다.

이에 대해 해당 자동차사측은 "리콜 대상이 아니더라도 비슷한 문제가 발생할 경우 무상 수리가 원칙" 이라며 "일선 정비공장과 협조가 잘 안돼 일어나는 일" 이라고 말했다.

한편 건교부 관계자는 "최근 소비자들의 불만이 잇따라 자체조사에 나섰다" 며 "다음달 중 리콜제외 차량에 대한 추가 리콜명령 여부를 결정할 것" 이라고 밝혔다. 올 들어 지난달까지 건교부에 신고된 리콜 규모는 모두 45만2천여대다.

남궁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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