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테러 대전] 테러범 미 공군대학서 훈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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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미국이 테러범을 키웠다. "

미국 연쇄테러사건의 수사가 진행되면서 테러범들이 이미 감시대상이었던 인물일 뿐 아니라 미국에서 항공교육까지 받았다는 사실이 드러나자 미국의 대테러정책에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많아지고 있다.

◇ 테러범 감시명단에 있었다=시사주간 타임 최신호는 "미국 첩보관리들이 지난 6월 미국의 핵심목표물을 공격하려는 테러음모가 있다는 일부 정보를 입수했다" 며 "당시로선 테러의 구체적인 내용이 매우 모호한 상태라 그 규모를 알 수 없었다" 고 보도했다.

또 자살테러범 가운데 두명은 미국의 감시를 받아오던 인물이라는 보도가 사건 직후부터 잇따르고 있다. CNN은 수사관리의 말을 인용, 이 두명이 보스턴에서 아메리칸에어라인(AA)기를 납치, 펜타곤을 공격했던 할리드 알미다르와 살렘 알함지라고 이들의 신원을 특정했다.

이 가운데 특히 알미다르는 지난해 말레이시아의 콸라룸푸르에서 미 군함 콜호 폭파 용의자와 만나는 장면이 감시카메라에 잡혔던 인물이라고 전했다. 이같은 보도들을 종합하면 미국 정보당국과 수사당국이 테러 첩보 활동과 요주의 인물 감시활동을 강화했더라면 사전에 대참사를 막았을 수도 있었다는 얘기다.

◇ 테러범 미 군사학교 다녔다=로버트 멀러 연방수사국(FBI)국장은 14일 기자회견에서 자살테러범 19명 가운데 7명이 플로리다주에 있는 비행학교에서 조종사 훈련을 받았다고 발표했다. 이 가운데 세계무역센터를 1차공격한 납치범은 1996년 미국에 도착, 97년 플로리다의 엠브리 리들 항공대학을 졸업해 수사당국은 테러 계획이 입학 무렵인 5년 전에 세워졌을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테러범 가운데 일부는 미국의 군사학교에서 교육을 받은 것으로 확인됐다고 언론들이 보도했다.

AFP통신은 고위 국방관리의 말을 인용, "테러범 가운데 한명은 앨라배마주의 공군대학에서 전략과 기술훈련을 받았고 또 다른 테러범은 텍사스주 공군기지에 있는 국방 언어학교에 다녔다" 고 전했다.

또 주간 뉴스위크지는 "테러용의자 가운데 사에드 알감디 등 세명의 자동차 운전면허증 주소지가 플로리다주의 해군 항공기지로 기재돼 있다" 고 전하면서 현장취재를 통해 "이들이 97년부터 이듬해까지 기지 내 외국인 군사비행 훈련생 막사에서 묵었다는 기록이 있다" 고 보도했다.

이같은 보도는 테러범들이 오래 전부터 이번 테러를 모의하고 치밀하게 준비해왔음을 뒷받침함과 동시에 이들이 과감하게도 미국 군사교육기관과 비행학교를 테러 훈련기관으로 활용했음을 의미한다.

예영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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