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대화 모색하는 여야, 타협정치 계기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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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여야가 가까스로 대화의 장을 마련했다. 열린우리당과 한나라당이 장군 멍군식으로 대화 제의를 하더니 한나라당이 제안한 4자회담을 열린우리당이 받아들였다. 이번 4자회담이 국회 운영을 담당하는 원내대표와 각 당의 정책 책임자가 참여하는 실질적인 회의라는 점에서 여야 간 쟁점 현안들에 대한 구체적인 정리가 이뤄지길 기대한다.

때마침 40여명의 사회지도급 인사가 여야 대화를 중재하고 나섰다. 19일 여야 의원 전원을 초청해 시국 간담회를 하겠다는 계획이다. 얼마나 많은 의원이 초청에 응할지는 모르겠으나 참석 의원의 많고 적음을 떠나 여야 의원들이 현시점에서 얼굴을 맞댄다는 것 자체의 중요성을 인식해야 할 것이다. 오죽했으면 사회 원로들까지 나서 여야 대화의 장을 마련해야 했는지에 대해 의원 모두는 자성해야 한다. 그만큼 국민은 끝없이 대결로만 가는 여야에 지쳐 있다.

여야가 이번 4자회담을 각자 주장의 명분을 축적하는 기회로 이용해서는 안 된다. 이번 회담을 통해 4대 입법에 대한 합의를 도출해 내야 할 것이다. 그런 점에서 한나라당이 내놓은 사학법안은 쟁점 현안의 합의 가능성을 보여줬다고 평가된다. 이사 정수를 늘린 것이나 친족 이사 비율을 줄인 것, 비리 임원의 복귀 제한 연한을 연장한 것 등 사학 비리 가능성을 차단하고 사학의 독립성은 보장하는 식으로 대안을 마련했다. 사학법안을 위헌이라고 무조건 반대했던 것에서 발전한 것이다. 결국 대안을 제시하는 과정을 통해 상극의 입장도 조율될 수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보안법 문제도 그런 연장선에서 여야가 접근하길 바란다. 보안법 문제에서도 당초 박근혜 대표가 제시했던 안이 있다. 이 안으로 여야가 접근할 수 있을 것이다. 언론법 역시 독소 조항은 빼고 신문시장 질서를 확립하는 선에서 타협이 가능할 것이다. 만일 합의가 안 된다면 회기를 넘기는 한이 있더라도 합의를 도출하라. 이 법안들 자체가 시급성을 갖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여야가 이런 진지한 모습을 보여줄 때 국민의 정치권에 대한 신뢰는 회복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