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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ood&] 알만한 계란 요리, 알차게 익혀볼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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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22면

계란 요리 하나만은 자신 있다고 큰소리칠 수 있도록 해주는 비법을 계란요리 고수들과 셰프들에게서 알아봤다.

글=서정민 기자 사진=권혁재 사진전문기자 shotgun@joongang.co.kr> 일러스트=강일구

서니 사이드 업

요리 파워 블로거명 ‘요안나’ 이혜영(49)

노릇하게 구운 가장자리는 바삭하고, 노른자와 흰자는 반숙이라 씹는 맛이 좋은 서니 사이드 업.

계란 프라이를 할 때 뒤집지 않고 한쪽 면만 익혀서 노른자 모양을 동그랗게 살린 것이 ‘서니 사이드 업’이다. 금방이라도 터질 듯한 반숙 상태의 노른자가 지금 막 떠오른 태양 같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이혜영씨는 “모양도 살리고 부드럽게 만들려면 온도 조절의 기술이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비법 마른 팬을 중불에서 1분 정도 달군다. 식용유를 두른 후 30초 정도 팬을 더 달군다. 계란을 살짝 깨뜨려서 팬에 얹고 소금을 약간 뿌린다. 흰자가 반투명 상태가 되면 계란이 팬 바닥에 붙지 않도록 팬을 좌우로 흔들어준다. 흰자 가장자리가 노릇노릇해지면 불을 끄고 프라이팬 뚜껑을 덮은 후 30초 정도 둔다. 팬에 남은 뜨거운 열기로 노른자는 반숙이 되고, 흰자도 훨씬 부드러워진단다.

계란찜

남대문 전주식당 조리사 김경옥(60)

노란색 계란찜에 파와 고춧가루를 살짝 뿌려주면 한결 먹음직스러워 보인다.

남대문 갈치조림 식당 골목의 숨은 보배는 계란찜(5000원)이다. 고춧가루를 듬뿍 뿌려서 빨갛게 조린 갈치조림(2인분 1만2000원)의 맵고 짭짤한 맛을 부드럽게 달래주기 때문이다. 손님들은 갈치조림과 뚝배기 계란찜을 늘 함께 주문한다. 그런데 뚝배기보다 딱 2~3㎝ 높게 부풀어 오르게 하는 게 여간 어렵지 않다. 전주식당(02-756-4126) 김경옥씨의 비법은 뚜껑이다.

비법 맹물 대신 멸치를 오랜 시간 끓여 우려낸 멸치국물을 사용한다. 뚝배기에 멸치국물을 절반 정도 붓는다. 물이 팔팔 끓을 때쯤 미리 풀어둔 계란(여섯 알 정도)을 붓는다. 이때 간은 마늘로만 한다. 계란이 끓어오르면 뚝배기 안쪽 면에 계란이 눌러붙어 타지 않도록 수저로 계속 저어준다. 계란이 너무 익어 질감이 퍽퍽해지기 전에 불을 끄고 뚜껑을 덮는다. 이렇게 1~2분 정도 두면 계란이 저절로 봉긋하게 부풀어 오른다.

수란

이탈리안 레스토랑 ‘루고’ 김태환(31) 셰프

치아바타 빵과 에그 베네딕트

한국에선 수란이라고 하고, 서양에선 에그 베네딕트라는 이름으로 불린다. 계란을 깨서 물에 빠뜨려 반숙 상태로 익히되 납작하고 동그란 노른자 모양을 유지시키는 게 특징. 딱딱한 바게트 또는 치아바타 빵 위에 수란을 올려 포크로 살짝 찌르면 노른자가 물처럼 쓱 흘러나온다. 여기에 빵을 적시면 겉은 촉촉하고 씹는 느낌은 훨씬 쫄깃해진다.

비법 김씨는 “계란은 단백질이라 잘못하면 라면에 계란을 풀었을 때처럼 물에 푹 퍼져버릴 수 있다”며 “끓는 물에 식초를 몇 방울 떨어뜨리면 식초의 산 성분이 계란의 단백질을 순간적으로 응고시켜서 동그란 모양을 유지시킬 수 있다”고 설명했다. 김씨가 조언하는 필수 도구는 끝이 납작한 고무 주걱과 바닥에 구멍이 뚫린 수저다. 식초를 떨어뜨린 끓는 물에 계란을 깨 넣고, 바닥에 가라앉으면 1~2분 후 고무 주걱으로 살짝 바닥을 긁어준다. 위로 떠오른 계란을 구멍 뚫린 수저로 건져 내면 모든 과정은 끝난다.

스크램블드 에그

롯데호텔 이탈리안 레스토랑 ‘페닌슐라’ 박진규(34) 셰프

감자튀김을 곁들인 스크램블드 에그

아침 식사로 가장 부담 없는 메뉴는 스크램블드 에그다. 계란을 깨서 우유와 적당량 섞은 다음 팬에 붓고 주걱으로 살살 저어주기만 하면 쉽게 한 접시가 완성된다. 그런데 알고 보면 제대로 만들기 어려운 게 바로 스크램블드 에그다. 소화가 잘 되도록 부드럽게 계란을 익혀야 하기 때문이다. 박진규 셰프는 “팬에 직접 계란을 익히기보다 중탕을 하는 것이 비법”이라고 말했다.

비법 계란과 우유의 비율을 1:7 정도로 섞는다. 예를 들어 계란 15개라면 우유 105mL가 필요하다. 이것을 고운 체로 한 번 거른다. 계란 안의 질긴 알끈을 끊기 위해서다. 냄비에 물을 붓고 팔팔 끓을 때쯤 빈 냄비를 넣고 미리 풀어 놓은 계란을 붓는다. 주걱으로 5~7분간 살며시 저어주면 치즈처럼 몽글몽글 덩어리가 지는 부드러운 스크램블드 에그를 완성할 수 있다.

응용편

오믈렛

이탈리안 레스토랑 ‘에그 앤 스푼 레이스’ 차순영(38) 대표

새우 크림 오믈렛

서울 이대 앞 에그 앤 스푼 레이스(02-312-5234)는 다양한 재료를 속에 넣은 이탈리안 오믈렛으로 유명하다. 가장 인기 있는 메뉴는 ‘새우 크림 오믈렛(1만원)’이다. 통통한 새우가 씹는 맛을 살려주고 듬뿍 들어간 생크림이 계란을 촉촉하게 만들어 입 안에서 살살 녹는다. 이곳만의 비법은 두 개의 팬을 동시에 사용한다는 점이다.

비법 계란 3~4개를 푼다. 이때 생크림을 조금 섞으면 계란이 익었을 때 촉촉하고 부드러운 맛이 난다. 양파, 구운 베이컨, 당근, 피망 등 원하는 재료를 잘게 썬 후 기름 두른 팬에 볶다가 새우를 넣는다. 새우가 발갛게 익으면 재료가 충분히 잠길 만큼 생크림을 붓는다. 중불에서 보글보글 거품이 일 때까지 끓인다. 또 다른 팬에 기름을 두른 후 미리 풀어 둔 계란을 붓고 얇게 편다. 역시 중불로 계란을 촉촉하게 익힌다. 생크림과 함께 끓인 재료를 계란 절반 크기에 얹은 후 나머지 반쪽을 접어 덮는다.

중국식 볶음밥과 계란 수프

그랜드 하얏트호텔 중식당 ‘더 차이니스’ 전경인(45) 셰프

숟가락으로 살짝 건드리기만 해도 포슬포슬 부서지는 것이 제대로 된 중국식 볶음밥이다. 보기엔 꼬들꼬들해 보여도 씹으면 쫀득한 맛이 살아 있는 것이 매력. 여기에 또 하나의 매력은 바로 잘게 찢어진 계란이다. 비결은 센 불로 빨리 저어가며 볶아내는 것이다. 또 계란이 골고루 쫙 흩어진 중국식 계란 수프도 비법만 알면 집에서 만들 수 있다.

중국식 새우볶음밥과 계란 수프

비법 일반 가정에서는 전문 식당에서처럼 센 불을 사용할 수 없다. 전경인 셰프는 “계란과 채소를 각각 따로 볶는 게 비결”이라고 말했다. 기름 두른 프라이팬을 센 불에 달군다. 15초 후 팬에서 살짝 연기가 피어오르면 잘게 썬 당근, 양파 등의 채소를 빠르게 볶는다. 새우는 따로 끓는 물에 익혀둔다. 볶은 재료와 새우를 그릇에 잠시 옮겨둔다. 다시 팬에 기름을 두르고 센 불로 달군다. 풀어놓은 계란을 붓고 나무젓가락으로 빠르게 계속 저어준다. 단백질 성분의 계란이 뭉칠 틈 없이 잘게 ‘찢기’ 위해서다. 계란이 충분히 찢어졌다면 불을 끈다. 이제 밥 볶을 차례다. 준비해둔 채소와 새우를 팬에 담고 10초쯤 볶은 후 밥을 넣는다. 밥알이 떡처럼 뭉치지 않게 역시 나무젓가락으로 빠르게 젓는 게 중요하다. 여기에 잘게 부서진 계란을 붓고 10초 정도 볶으면 볶음밥이 완성된다. 전씨는 “가정용 센 불은 밥·채소·계란을 함께 볶기에는 약하다”며 “따로 볶아서 마지막에 섞으면 재료의 씹는 맛을 하나하나 살릴 수 있다”고 말했다.

부드럽게 술술 넘어가는 계란 수프는 맹물 대신 조개 끓인 물을 이용하면 맛이 한결 좋다. 조갯국에 소금·후추로 간을 한 후, 물이 팔팔 끓으면 미리 풀어둔 계란을 흘려 넣는다. 한 수저씩 물 위에 선을 긋듯 천천히 흘리면 계란이 곱고 잘게 흩어진다.

일식 계란찜과 계란말이

일식 레스토랑 ‘스시모토’ 장성태(39) 셰프

쑥을 갈아 만든 계란찜

일식 계란찜은 우리의 계란찜과 달리 곱고 부드러워서 꼭 연두부 같다. 이런 질감을 만드는 비법은 물과 계란을 섞는 비율이다. 압구정동에 있는 스시모토의 장성태 셰프는 “물 3, 계란 1의 비율이 적당하다”고 귀띔했다.

비법 일식 계란찜은 중탕을 해야 한다. 우선 찜통에 물을 붓고 끓인다. 찜통보다 작은 크기의 빈 냄비도 준비한다. 이 냄비에는 계란물을 담은 도자기컵을 넣어둔다. 계란물은 물과 계란을 3:1 비율로 섞어 만든다. 물과 계란을 섞을 때는 고운 체로 한 번 걸러준다. 계란의 질감이 훨씬 부드러워진다. 호박·옥수수·쑥 등을 넣고 싶으면 재료를 한 번 익힌 후 믹서기에 곱게 간다. 계란물과 섞어 체에 함께 거른다. 찜통의 물이 팔팔 끓으면 컵이 담긴 냄비를 찜통 한가운데 놓는다. 찜통의 뚜껑을 덮은 후 중불로 서서히 오래 익히면 곱고 부드러운 계란찜을 만들 수 있다.

일식 계란말이는 가쓰오부시 국물을 넣고 만들기 때문에 뒷맛이 달콤하다.

호박을 넣은 계란찜

일식 계란말이는 탄력 있는 표면을 손으로 눌렀을 때 물이 배어나올 만큼 촉촉한 게 특징이다. 장씨는 “오랜 시간 겹겹이 계란을 말아야 가능한 일”이라고 말했다. 모양을 잡기 편하게 사각 팬을 사용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일식 계란말이를 할 때는 가쓰오부시 국물을 이용한다. 장씨는 “계란 1개당 두 숟가락 정도의 국물을 섞는 게 적당하다”고 말했다. 팬에 계란을 붓기 전에 고운 체에 한 번 걸러주면 결이 고운 계란말이를 만들 수 있다. 약한 불에서 팬에 계란을 흘려 젓가락으로 얇게 편 다음 한쪽 방향으로 돌돌 말아 팬의 한쪽에 밀어 놓는다. 새로운 계란물을 붓는다. 이미 말아 둔 것을 살짝 들어주면 새로운 계란물이 자연스럽게 이어진다. 다시 계란을 돌돌 만다. 같은 방법으로 원하는 부피만큼 여러 겹을 만다. 장씨는 “계란이 반 정도 익었을 때 말아야 한다”며 “팬 바닥의 직접적인 열기보다는 뜨거운 계란이 서로 겹쳐지면서 서서히 익어야 질감이 훨씬 부드러워진다”고 조언했다. 원하는 부피의 계란말이가 완성되면 대나무 발에 넣고 눌러가며 사각 모양을 만든 다음, 먹기 좋은 크기로 잘라 접시에 낸다.

계란말이 맛있는 집

●풍남 골뱅이 파 생채와 고춧가루로 버무린 골뱅이를 시키면 계란말이가 무한 제공된다. 매콤한 골뱅이의 맛을 부드럽게 만들어주는 역할이라 간은 심심하다. 계란 외에 속으로 들어간 것도 잘게 다진 파뿐이다. 하지만 바로 그 담백하고 소박한 모양과 맛 때문에 옛날 생각이 난다며 좋아하는 사람이 많다. 서울 중구 을지로 2가 골뱅이 골목. 02-2265-2336.

●악바리 접시 대신 빨래판에 담은 69㎝의 긴 계란말이가 나온다. 속에 넣을 수 있는 재료는 치즈· 참치·김치·쇠고기·햄소시지 다섯 가지다. 워낙 길이가 길어 원한다면 속은 두 가지를 선택해 절반씩 나눠 넣을 수 있다. 24시간 영업하는 집이라 새벽에 갑자기 생각난 밤참으로도 안성맞춤이다. 1만4000원. 서울 강남구 역삼동 강남역 6번 출구 근처. 02-3482-3080.

●안방 계란을 말 때 날치 알을 듬뿍 넣기 때문에 씹을 때마다 톡톡 터지는 느낌이 좋다. 독특하게 접시에 낼 때도 한가운데 가늘게 채 썬 양배추와 당근, 소스를 한 움큼 함께 올린다. 달달짭쪼름한 계란말이와 새콤한 소스가 어울린 맛 때문에 여자 손님들에게 인기가 좋다. 기본은 막걸리와 사케 전문점으로 배다리·참살이·금정산성 막걸리 등 전국의 명품 막걸리를 맛볼 수 있다. 1만6000원. 서울 강남구 도곡2동 매봉역 근처. 02-565-009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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