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르헨 과거사 규명…노대통령, 치켜세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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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노무현 대통령이 16일 오전 아르헨티나 국회의사당에서 다니엘 오스발도 시올리 부통령 겸 상원의장과 환담하고 있다. 부에노스아이레스=최정동 기자

아르헨티나 방문 이틀째인 16일(한국시간) 노무현 대통령은 아르헨티나의 과거사 규명을 긍정 평가했다. 노 대통령은 이 나라 상.하원의장과의 면담에서 "아르헨티나의 정치적 경험이 한국과 매우 비슷하다"며 "키르츠네르 대통령이 추진하는 과거 국가의 불법 행위, 묻혀져 있는 역사를 발굴하고 정리하고 있다는 점이 그렇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과거사 규명을) 나도 함께 추진하고 있고, 관심도 크다"고 했다. 노 대통령은 키르치네르 대통령 주최 만찬에서도 "각하가 추진해 온 빈곤 타파, 부패 척결과 과거사 청산 등의 개혁정책이 큰 성과를 거두고 있다고 들었다"고 말했다.

아르헨티나에선 1976~82년 비델라 전 대통령의 군사정권 기간 중 3만6000여명의 사상.실종자가 발생했다. 직후 들어선 알폰신 정권에선 비델라 전 대통령이 무기징역을 선고받는 등 핵심 인물에 대한 적극적 단죄가 이뤄졌다.

이에 군부가 세 차례나 쿠데타를 일으키며 반발하자 알폰신 정권 이후의 메넴 정권은 "과거를 잊자"며 학살 책임자 등을 사면하는 등 유화적 조치를 취했다. 그러나 개혁을 표방한 키르치네르 현 정권은 국회에서 학살자 사면법 폐기를 통과시키는 등 과거사 정리를 다시 추진하고 있다. 이런 키르치네르 정권을 노 대통령이 치켜세운 것은 우리의 과거사 규명에 대한 의지가 강함을 의미한다.

이에 앞서 노 대통령은 양국 경제인 오찬에서 "서로 신뢰해 사업 기회를 만들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이날 부에노스아이레스대의 에체베리 총장으로부터 명예교수 위촉장을 받은 노 대통령은 "이 대학의 교수까지 됐는데 위촉장조차 읽을 수 없어 큰일"이라고 해 청중석에서 폭소가 터졌다. 노 대통령은 17일 새벽 두번째 남미 순방국인 브라질의 브라질리아로 이동, 룰라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한다.

부에노스아이레스=최훈 기자 <choihoon@joongang.co.kr>
사진=최정동 기자 <choijd@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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