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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트로와이드] 그 섬에 가면… 가을이 들린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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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4면

섬과 가을-. 높아진 하늘과 깊어진 바다의 짙푸른 색조에 둘러쌓인 가을의 섬은 고독과 청아(淸雅)의 이미지다.그래서 가을의 운치를 맛보기에는 그만이다.

많이 알려진 것 같으면서도 의외로 숨어있는 섬을 점점이 띄우고 있는 강화도 앞바다는 조금만 짬을 내면 쉽게 다녀올 수 있는 곳이다.

섬의 유래도 알고 자녀들과 함께 조개 줍기와 갯벌 체험에 푹 빠지는 즐거움이 있다.

*** 자연과 어울린 불교 향취 그윽

석모도는 가는 길부터 즐겁다. 차타고, 배타고, 걷고…. 하지만 여행은 강화군 외포리 선착장에서 석모도행 카페리를 타는 것으로 시작한다. 많은 사람이 차를 갖고 섬에 들어가기 때문에 선착장에는 사람 대신 차가 줄을 선다.

배를 타기 전에는 새우깡 한봉지를 준비하는 것이 좋다. 하얀 갈매기떼가 배를 따라다니며 승객이 던져주는 새우깡을 받아 먹는 이색적인 장면을 접할 수 있기 때문이다.

외포리 선착장에서 1.5㎞에 이르는 바닷길을 달리다 보면 석모도 석포리 선착장에 닿는다. 여기서는 가고자 하는 곳이 어디든간에 모든 길은 순환도로(길이 19㎞) 하나로 통한다.

이 도로를 시계 방향으로 돌면 가장 먼저 눈에 띄는 곳이 민머루해변(천연기념물 제419호). 길이가 2㎞가 넘는 해변으로 물이 빠지면 광활한 개펄이 펼쳐진다. 호미를 준비하면 순식간에 조개나 소라.낙지 등을 한 망태기 잡을 수 있다.

경기도 부천에서 이곳을 찾은 주부 김미영(34)씨는 "흙의 감촉이 부드럽고 게.소라 같은 바다 생물이 물빠진 자리를 어지럽게 오가는 장면을 쉽게 볼 수 있는 개펄 체험의 최적지" 라고 말했다.

이곳에서 장구너머 포구를 거쳐 보문사 방향으로 가다보면 '삼량 염전' 이란 소금밭이 나온다. 오후 4시쯤 가면 수북히 쌓인 소금더미를 볼 수 있다. 염전 바로 건너편에는 15만평 규모의 저수지와 수로를 갖춘 낚시터가 있다.

신라 선덕여왕 4년(635년) 회정대사가 창건했다는 보문사는 이 섬의 최대 자랑거리다. 석모도 내 상봉산과 해명산 사이에 자리잡고 있는 보문사는 남해 보리암.낙산사 홍련암과 함께 우리나라 3대 관음 도량으로 꼽힌다.

이 절에는 눈썹처럼 생긴 바위의 밑둥을 깎아 만든 마애관음보살상이 있다. 관음보살상을 보려면 4백25개의 계단을 올라야 하는데 오르기가 만만치 않아 슬리퍼나 굽높은 신을 신었다가는 낭패보기 십상이다.

▶석모도 가는길=48번 국도를 타고 강화대교를 건넌 뒤 외포리 표지판을 따라 한참 가면 외포리 선착장이 나타난다. 행주대교 남단에서 외포리 선착장까지 거리는 46.5㎞. 선착장에서 매일 오전 7시30분~오후 8시30분까지 30분 간격으로 카페리가 뜬다. 10분 남짓 걸린다.

하지만 오후 5시 이후 석모도→외포리행 배는 강화도로 나가려는 차량으로 붐빈다. 배삯은 승용차 소형기준 왕복 1만4천원, 승객은 왕복 1천2백원. 032-932-6007.

*** 새들이 숨겨둔 그들만의 보물섬

볼음도는 인구가 고작 2백명밖에 안되는 작은 섬이어서 늘 한가롭고 조용하다. 하지만 현지 주민들은 외롭지 않다고 한다. 사람보다 더 많은 새가 친구이기 때문이다.

노인회장 박윤승(73)씨는 "볼음도는 일년 내내 새를 볼 수 있는 새보기 여행의 최적지" 라고 자랑했다.

노랑지빠귀.홍여새.쇠기러기.저어새.노랑부리백로.도요새.검은머리떼새….

한국조류보호협회에 따르면 볼음도에 서식하는 조류는 45종 2천3백76개체에 달한다. 이 가운데 동아시아에서만 사는 여름철새인 저어새는 세계적인 희귀 조류이나 이곳에서는 2천마리 이상이 집단 서식하고 있다.

외지인이 새를 좀 더 가까운 거리에서 관찰하기 위해서는 섬의 유일한 교통 수단인 경운기를 이용해야 한다. 새들의 보금자리인 영뜰해변에 가기 위해서다.

이곳은 물이 빠지면 광활한 개펄로 변하는데 개펄 면적이 볼음도보다 세배나 크다. 그래서 개펄 끝까지 가려면 경운기를 타고 30분은 달려야 한다고 한다. 개펄이 펼쳐지는 곳에 다다르면 새들이 일제히 먹이사냥에 나서는 장관을 볼 수 있다. 소라나 조개를 잡기 위해 곤두박질치는 새들의 비상은 마치 한폭의 그림을 연상케 한다.

주민들은 "볼음도가 새들의 낙원이 될 수 있었던 것은 사람들의 발길이 뜸한 탓" 이라고 말한다.

볼음도의 또다른 자랑거리는 안머리골의 한적한 바닷가에 자리잡은 수령 8백년짜리 은행나무. 안머리골은 북한 황해도 연백군이 손에 잡힐 듯 한눈에 바라다 보이는 곳으로 이 자리에 은행나무가 망부석처럼 떡 버티고 북한땅을 바라보고 있다.

마을에 내려오는 구전(口傳)에 따르면 수컷인 이 은행나무는 8백여년전 수해 때 동갑내기 짝을 황해도 연백군 해서면 개울가에 놔두고 혼자 떠내려왔다. 이 때문에 바람이 불 때마다 '우우웅~, 웅웅' 하며 짝을 그리며 서럽게 운다는 것이다.

*** 쉬고 싶으세요? 이곳으로 오세요

아차도는 볼음도에서 동쪽으로 1.1㎞ 떨어진 외딴섬으로 주민 58명(21가구)이 살고 있다. 육지에서 천년, 바다에서 천년을 살아오던 이무기가 용이 되려고 하늘로 올라가던중 임신한 여자를 보고 아차하는 순간 바다에 떨어져 섬이 되었다는 전설이 있다. 섬 이름이 아차도가 된 이유다. 해변 경관이 수려하고 경사가 완만해 섬 주변을 돌면서 여유로운 시간을 보내기에 안성맞춤이다. 수리봉과 아차분교 주변에 형성된 소나무숲과 꼬치산 매바위 등이 섬의 주요 볼거리다.

아차도와 거의 붙어있는 주문도 역시 경치가 뛰어난 섬으로 한번쯤 다녀간 사람들이 다시 찾고 싶어하는 곳이다.

이곳에는 길이 1㎞.폭 20m의 백사장이 있는 대빈창 해수욕장이 있다. 또 주문도리의 뒤쪽에 위치해 뒷장술 해수욕장도 길이 2㎞에 이르는 백사장이 유명하다.

청소년 수련장으로 애용되는 대빈창 해변에는 조약돌 밭이 있으며 이 곳을 둘러싼 소나무숲과 해당화숲은 야영 장소로 적당하다.

대빈창은 조선시대 외국 사신을 영접했던 '대변청' 이 있던 곳으로 당시 중국 사신이 이곳에 와 이것 저것 내놓으라고 주문해 주문도가 됐다는 얘기도 전해내려온다.

특히 주문도는 술집과 다방, 도둑이 없어 일명 '예수섬' 이라고 불린다. 섬 가운데 자리잡고 있는 서도 중앙교회(지방문화재 14호)는 1923년 지어진 건물로 전통 한옥 형태의 바실리카 양식을 원형 그대로 보존하고 있다.

주문도 주변 해상은 짙은 안개와 높은 파도 등으로 여객선 결항이 잦은 편이다.

정영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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