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 기업, 아직도 '계획경제'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경제 04면

러시아 기업들이 경직된 계획경제의 구태에서 아직도 벗어나지 못해 고전하고 있다. 물건이 팔릴지는 생각하지 않은 채 기계적으로 제품을 생산하다가 낭패를 보는 식이다.

뉴욕 타임스는 15일(현지시간) "소련 붕괴 이후 대형 제조업체들이 생존의 갈림길에 서 있지만 여전히 이들의 경쟁 방식은 서툴다"고 보도했다. 뉴욕 타임스는 자동차 업체인 이자프토의 사례를 통해 러시아 시장경제의 현주소를 조명했다.

이자프토의 노동자 1만2500명은 최근 집단 가을 휴가에 들어갔다. 3주 전까지만 해도 관리자들은 "생산량이 치솟고 있다"고 했으나 돌연 공장 문을 닫아버렸기 때문이다.

수요를 무시한 채 소련 시절의 습관대로 '계획'에 따라 인기 없는 모델을 고집스럽게 생산하는 바람에 차가 안 팔려 재고가 쌓이자 급기야 생산을 중단한 것이다.

이 업체는 2000년 6000명의 근로자가 자동차 2만7400대를 생산했고, 올해는 10만4000대를 생산할 예정이었다. 4년 만에 직원은 배로, 생산량은 5배로 늘었다.

컨설팅 업체 센터인베스트의 겐나디 수카노프는 "계획에 따른 생산은 러시아 기업들 사이에 아직도 보편적 현상"이라고 말했다.

브레즈네프 시절 국영 기업으로 출범한 이자프토는 1988년 연간 19만대를 생산해 국내에 판매하고 중국.쿠바 등지로 수출했으나 89년 소련이 붕괴하면서 판매망이 무너져 가동을 중단하기도 했다.

장세정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