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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근태 반발 계속…권노갑 "동교동계 해체는 당 해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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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10일 민주당 당무회의에선 한광옥 대표 인준문제로 표결이 벌어졌다. 당무위원들은 인준안에 대한 투표 대신 韓대표를 이날 인준하느냐, 인준을 연기하느냐의 문제로 맞붙었다.

인준안 연기 주장은 사실상 대표 임명철회를 뜻했다.

당총재인 대통령이 지명한 대표를 놓고 표결로 격돌한 것은 집권당 사상 초유의 일이다.

김근태 최고위원은 "대표 임명을 놓고 대통령 보좌진이 정치적 잔꾀를 부리고 있다" 면서 "이런 부분과 투쟁해 나가겠다" 고 선언했다.

◇ 강행론과 연기론=오전 8시30분부터 두시간반 동안 진행된 회의에서는 인준 강행론과 연기론이 맞서 격론이 벌어졌다. 조순형 의원은 "당의 의견이 제대로 반영되지 않았다. 대표 인준을 연기하자" 고 제안했다.

김근태 위원, 신기남.천정배 의원 등이 가세했다. 그러나 범동교동계인 정균환 특보단장 등은 "정국불안을 조성하면 안된다" 고 제동을 걸었다. 이협 총재비서실장은 "집권당의 안정이 국민의 안정" 이라면서 조속한 처리를 주문했다.

한화갑 최고위원도 "최선을 포기하자는 것은 아니나 대통령의 뜻을 받들어 솔로몬의 지혜를 발휘하자" 고 완곡히 반대했다.

논란이 계속되자 이해찬 정책위의장은 "당.정.청와대 가운데 정.청은 넘어가고 당만 분란에 싸여 있다" 며 "(인준안은 통과시키되)청와대 비서진 개편을 당무회의 이름으로 건의하자" 는 절충안을 내놓았다.

김경재(金景梓)의원이 "기존 빅3보다 새 빅3가 잘됐다는 걸 모르겠다. 李의장 안을 청와대에 건의해달라" 고 거들었다.

◇ 투쟁결의 다진 김근태 최고위원=金위원은 인준안 연기주장이 받아들여지지 않자 즉각 퇴장해 기자들에게 자신의 입장을 밝혔다.

전날 "특정 계보를 해체해야 한다" 며 동교동계에 직격탄을 날렸던 金위원이다.

그는 투표결과에 대해 "실질적 다수가 형식적 다수가 되지 않았을 뿐" 이라며 "이 간극을 극복하기 위해 활동하고 투쟁하겠다" 고 '투쟁' 을 선언했다.

그는 "정권교체 과정에서 특정 계보의 노력과 희생이 있었으나 지금은 '잘 나가는 사람들만의 잔치' 다. 독점과 전횡의 의구심이 나온다. 내부에서 노력했는데 한계에 봉착했다" 고 불만과 고민을 토로했다.

金위원은 "민주화운동도 처음엔 극소수였다. 오랜 투쟁 끝에 다수가 됐다. 민주주의는 마침내 승리한다" 고 강조했다.

◇ 권노갑 전 고문의 반격=동교동계 좌장인 權전 고문은 이날 "동교동계를 해체하라고 하는 것은 곧 당을 해체하라는 것과 같다" 고 반박했다. 權전 고문은 지난 5월 정풍파동 이후 언론을 피해 왔다.

그는 "동교동은 부인할 수 없는 민주당의 뿌리이고 역사" 라며 "김근태씨가 있는 국민정치연구회와 여러 사람들은 그 위에 수혈된 것" 이라고 했다.

權전 고문은 또 金위원을 겨냥해 "나라나 당이 어려울 때 자기만 살고 당을 죽이려 해선 안된다" 며 "대통령이 결정을 내렸고 당론의 핵심이 그렇게 만들어졌으면 수용하는 게 조직인의 도리" 라고 강조했다.

韓대표가 인준을 받는 데는 성공했지만 동교동계와 비동교동계의 갈등이 깊어지면서 앞날이 순탄치만은 않을 전망이다.

강민석 기자

사진=김춘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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