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대적 훈장은 11세기 십자군 원정 때 종교기사단의 ‘표장(標章)’에서 비롯된 것으로 본다. 그래서인지 유럽의 훈장은 ‘십자(十字)’형이 대세다. 프랑스의 태양왕 루이 14세가 창설한 ‘군무훈장’의 최고 등급이 ‘대십자(大十字)’ 훈장이다. 프로이센은 철십자(鐵十字) 훈장인데, 이는 12세기 동방에 진출한 독일기사단의 흑십자(黑十字) 문장(紋章)에서 따왔다. 이 철십자 훈장은 프로이센이 나폴레옹과 맞서 싸우던 1812년 전쟁 영웅에게 처음 수여됐다고 한다. 이후 나치 독일은 불교의 ‘만(卍)’ 자를 거꾸로 한 모양의 갈고리 형태 십자훈장을 수여한다. 바로 1913년 제정된 ‘하켄크로이츠’다. 원래 행운을 뜻하는 부호를 거꾸로 했으니, 그 결말이 예정돼 있었달까.
훈장에도 격식이 있다. 국가별로 약간 차이가 있지만 최고 훈장은 대부분 목에 거는 경식(頸飾)이다. 여기에 정장(正章)과 부장(副章)을 단다. 1등 훈장은 대수(大綬)를 오른쪽 어깨에서 왼쪽 겨드랑이에 걸쳐 단다. 2등 훈장은 오른쪽 가슴, 3등 훈장은 중수(中綏) 목 아래, 4등 이하는 소수(小綬)로 왼쪽 가슴에 단다.
우리나라는 상훈법에 따라 11종의 훈장을 두고 있다. 최고 훈장은 무궁화대훈장으로, 김수환 추기경이 선종(善終)했을 때 추서되기도 했다. 훈장은 종류별로 1~5등급을 두고 있는데 국민훈장은 꽃(무궁화·모란·동백·목련·석류), 근정훈장은 색(청·황·홍·녹·옥)으로 구분한다. 체육훈장은 청룡·맹호·거상·백마·기린 등 용맹한 동물을 따왔다. 무공훈장은 ‘태극’에 이어 구국의 명장인 을지문덕과 충무공, 그리고 화랑의 이름을 빌렸다.
천안함에서 순국한 장병들에게 화랑무공훈장을 추서한다고 한다. 삼국시대 화랑은 ‘나라의 대요(大要)’로서 통일의 근간이었다. 호국영령으로 오르는 길에 조금이나마 위로가 되길 바란다.
박종권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