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금 낸다" 소문에 택시 미터기 검사 큰 혼잡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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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4일 오후 1시. 서울시 서초구 양재역에서 우면동의 강남검사소로 이어지는 도로는 '교통지옥' 이었다. 택시요금 인상에 따라 미터기 검사를 받으려는 택시들이 5㎞에 걸쳐 늘어섰기 때문이다. 인근 주민 박성우(32)씨는 "새벽부터 택시들이 몰려들어 출근길 정체가 극심했다" 고 말했다.

서울시의 안일한 준비와 "나부터 먼저" 라는 식의 택시기사들의 무질서로 인해 시민들이 골탕을 먹은 셈이다.

◇ 미터기 검사 혼란=서울시는 지난 1일 0시부터 택시료를 인상하면서 강남검사소와 강북검사소(도봉구 도봉동)에서 교체한 미터기에 대한 검사를 받도록 했다.

시는 "법인택시는 업체별로, 개인택시는 지역별로 검사일자를 통보했는데 기사들이 이를 지키지 않아 혼잡이 가중됐다" 고 말했다.

검사를 받기 위해 10시간 이상 기다린 기사들은 "미터기를 바꾼 후 바로 주행검사(운행상태에서의 미터기 검사)를 받지 않으면 과태료 1백만원을 내야 하기 때문에 서둘러왔다" 고 말했다.

지정 검사일을 무시한 채 미터기부터 먼저 바꾼 것이다.

이들은 "조견표를 붙이고 다니면 외국인을 비롯한 승객들과 요금을 놓고 승강이를 벌이게 된다며" "시가 검사일을 제대로 통보하지도 않았다" 고 주장했다.

실제로 강남검사소 진입로 어디에도 안내요원이나 안내문을 찾아볼 수 없었다.

기사 김기만(52.강서구 등촌동)씨는 "주먹구구식 행정 탓에 요금이 오를 때마다 이런 일이 되풀이된다" 고 불평했다.

혼란이 가중되자 서울시는 4일 뒤늦게 "미터기를 교체하고 지정검사일에 따라 10월 20일까지만 주행검사를 받으면 과태료 처분을 유예한다" 고 밝혔다.

◇ 택시료 인상 철회 촉구=교통시민연합은 이날 성명을 내고 시민들의 의견을 수렴하지 않은 채 결정된 택시요금 인상을 철회하라고 서울시에 촉구했다.

시민연합은 "요금 인상의 기초자료로 이용된 한국산업경영연구소의 보고서는 법인택시 조합의 의뢰로 작성된 것이고 이마저 전체 업체의 29%만 조사를 실시했다" 고 말했다.

이들은 또 "의혹을 규명하지 않으면 고건(高建)시장 퇴진운동을 벌이겠다" 고 밝혔다.

김영훈.백성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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