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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집 풍경] 신사동 '가우초'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47면

양식 레스토랑이 흔치 않던 '경양식집 전성시대' 에 보통 사람들에게 최고급 양식으로 대접받던 메뉴가 있다.

다진 쇠고기와 돼지고기에 양파 등을 넣어 만든 햄버거 스테이크, 일명 '함박스텍' '함박스테끼' 다. 그 때만 해도 메뉴판의 첫 머리를 장식하던 것이 요즘은 등심.안심 등 고기 덩어리째로 구운 스테이크에 밀려 메뉴판 후미에 묻히는 3류 신세로 전락했다.

서울 강남구 신사동에 있는 '가우초(gaucho)' 는 스테이크 전문점이다.

햄버거 스테이크와 비프 스테이크 두 가지가 이 집 메뉴판의 골격을 이룬다. 그런데 흔히 '한물 갔다' 고 말하는 햄버거 스테이크가 과거의 영광을 누리며 손님을 끌어들이는 효자 메뉴 노릇을 하고 있다. 그렇다고 손님들이 함박스텍의 향수를 그리워하는 중년층도 아니다. 청담동.압구정동 일대의 젊은 신세대들이 찾는다.

햄버거 스테이크는 고기 위에 얹는 소스의 종류에 따라 3가지가 있다. 데미 그라스 소스.토마토 소스.양송이 소스가 있는데 육류 요리의 기본 소스인 데미그라스 소스의 인기가 으뜸이다.

식사는 옥수수 크림수프→마늘빵→야채 샐러드→메인 요리→커피나 쟈스민차의 순으로 진행된다. 메인 요리인 햄버거 스테이크를 제외한 다른 코스요리는 일반 레스토랑과 별다른 차이가 없이 평범하고 무난하다.

그러나 접시 대신 두꺼운 1인용 철판 프라이팬에 담겨나오는 햄버거 스테이크는 보는 것부터가 재미있다. 먹는 동안 식지 말라는 배려인가 보다.

햄버거 스테이크 위에는 달걀 프라이가 올려져 있다. 덜 익힌 반숙 프라이인데 흰자.노른자의 색깔이 선명해 마치 모형물같다. 한입에 쏙 들어갈 만한 크기로 동그랗게 만든 밥도 프라이팬 안에 놓여 있다.

햄버거 스테이크는 나이프 없이 포크로 눌러도 잘라질 정도로 부드럽다. 맛은 어릴 적 엄마가 직접 고기와 야채를 사다가 갈고 뚝딱거리며 만들어 주었던 투박한 '함박스테끼' 와 똑같다. 새콤하면서도 씁쓸하고 달콤한 맛이 살짝 숨어 있어 입놀림을 재촉한다.

값은 1만1천원. 식사량이 많은 사람은 2천원 더 비싼 점보사이즈를 주문하면 된다. 배 이상 비싼 비프 스테이크(2만4천원)에 비하면 훨씬 매력적인 가격이다.

검정과 흰색이 어울어진 작고 깔끔한 분위기의 레스토랑이지만 테이블 간격이 좁아 목소리를 낮춰야 하는 불편함이 있다. 연인이나 가까운 친구끼리 가볍게 즐기기에 무난한 곳이다.

유지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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