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낙선운동 새롭게 태어나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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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헌법재판소가 시민단체의 낙천.낙선운동을 금지한 선거법 관련 조항에 합헌(合憲)의 간판을 달아줬다. 낙선운동을 후보자에 대한 단순한 정보 제공.의견 개진 행위가 아닌 조직적인 선거운동으로 규정했다.

선거운동인 만큼 다른 후보자들과 같은 규제의 잣대를 대지 않으면 선거의 공정성을 해칠 수 있다고 판정한 것이다. 낙선운동이 공익적 성격의 유권자 운동인 만큼 후보자 선거운동과는 구별해줘야 한다는 시민단체의 요청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는 지난해 4.13 총선 때 '바꿔' 열풍을 일으켰던 총선시민연대의 낙천.낙선운동에 대한 헌재의 종합적인 판단과 평가라고 할 만하다.

헌재의 결정으로 낙선운동을 놓고 불법이냐 아니냐의 오랜 논란은 선거법 위반으로 가닥이 잡혔다. 낙선운동은 아래로부터 분출한 선거문화 개혁이라는 평판을 얻은 시민단체의 역량이 집중된 상징적인 활동이었다.

반면 낙선운동이 후보자 한쪽 편만 들어줘 기회 균등의 헌법정신을 헝클어 놓고 거꾸로 국민의 정치 혐오를 부추겼다는 비판을 들었다. 그런 만큼 이번 헌재 결정은 정치개혁 등 시민단체 운동의 방향과 기조 전반에 상당한 파장을 던질 수밖에 없다.

헌재의 주문은 낙선운동도 일정한 틀을 벗어나선 안된다는 것이다. 그것은 법치주의에 충실하라는 의미로 해석된다. 이는 지난달 서울지법이 총선연대 지도부에 대해 "낙선운동의 동기.목적은 인정하나 현행법에 위반된다" 며 유죄판결을 내린 것과 같은 맥락이다.

이런 흐름 속에서 시민단체들은 정치개혁 운동의 새로운 방식과 수단을 확보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헌재 결정에도 불구하고 시민단체의 정치개혁 명분과 취지가 훼손된 것은 아니다. 정치권이 시민들의 정치개혁 열망을 담기는 구조적으로 힘들다는 게 여론의 판단이다.

따라서 시민운동을 새롭게 발전시키는 기회로 삼아야 한다. 낙선.낙천이라는 네거티브 공간만으로는 곤란하며, 선거법 불복종 등 초법적인 운동 이미지도 바꿔야 한다. 현행법을 최대한 활용하면서 운동 반경을 넓히는 전략적 사고와 자세가 뒤따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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