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 지주사 LGCI 2조 투자 · 출자 배당금은 392억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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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5면

국내 재벌그룹 중 가장 앞서 지주회사 체제로 변신 중인 LG그룹이 요즘 이 문제로 고민에 빠졌다. 이제까지는 지주회사 골격을 갖추는데 막대한 돈이 들어간다는 게 현안이었다.

그러나 지난 4월 화학지주회사 LGCI가 출범한 이후 지주회사의 비전 문제가 새 고민으로 떠올랐다. LG그룹 관계자는 "지주회사는 자회사 배당금이 주수입원인데 현행 배당률과 자회사 구조로는 지주회사가 먹고 살기 힘들다" 며 "방책을 찾고 있지만 뚜렷한 게 없어 고민" 이라고 밝혔다.

LGCI의 경우 투.출자자산은 2조원이 넘지만 올해 배당수입은 3백92억원으로 2%가 채 안된다. 또 차입금 이자비용만도 배당금의 두배가 넘는 9백억원이다.

그나마 전자지주회사가 설립되면 빠져나갈 LG전자와 건설, 상사의 배당금을 제외하면 LGCI의 배당수입은 크게 줄어든다. 지금은 사업지주회사라 생명과학 사업에서 생긴 영업이익으로 문제가 없지만, 2~3년후 분가시켜 순수 지주회사로 변신할 경우 먹고 살기가 만만찮을 수밖에 없다.

따라서 LG그룹은 LGCI의 차입금을 줄이고 출자액을 늘리기로 했다. 올해 중 차입금을 3천억원 가량 줄여 연간 이자비용을 5백억원 정도로 낮출 계획이다.

또 연간 배당수입을 7백억~8백억원으로 늘리기 위해 대규모 증자와 이를 통해 자회사 출자액도 크게 늘릴 생각이다. LG그룹 관계자는 "자회사의 경영지도 수수료 등 지주회사의 수입원을 다양하게 만드는 방안도 모색중" 이라고 밝혔다.

지주회사와 상장 자회사의 관계를 어떻게 수립해야할 지도 LG그룹의 고민거리다. 지주회사는 대주주이기 때문에 자회사의 최고경영자(CEO) 선임과 신규사업 진출 여부 등 전략적 의사결정을 할 수 있다.

그러나 자회사가 상장기업인 경우 소액주주 등 여타 주주와의 이해관계가 충돌할 가능성이 있다. 이를 피하려면 자회사 지분을 1백% 소유하든가 비상장회사로 만들어야 하지만 엄청난 돈이 들어간다는 게 문제다.

이와 관련, 한국개발연구원 임영재 연구위원은 "지주회사는 현행 재벌체제의 발전적 대안이므로 지주회사 도입은 반드시 성공해야 한다" 며 이를 위해 "연결납세제도가 하루 빨리 도입돼 지주회사와 자회사가 각각 세금을 내는 이중과세 제도는 폐지돼야 한다" 고 강조했다.

김영욱 전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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