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말 바루기] 가사일(?)과 약수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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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9면

한자어에 같은 뜻의 순우리말을 결합해 겹말을 이루는 것들이 있다. 고목(古木)나무, 종갓(宗家)집, 국화(菊花)꽃 등. 고목, 종가, 국화 등으로 써도 되는데 굳이 ‘나무’ ‘집’ ‘꽃’을 덧붙여 의미를 명확히 하려는 뜻인 듯하다.

“오래 서 있기가 불편한 사람도 쉽게 가사일을 할 수 있도록 부엌가구를 만드는 데 중점을 뒀다.” “남편이 언제부터 가사일을 하기 시작했나요?” 한 집안의 사사로운 일은 ‘가사(家事)’로 족하다. ‘사(事)’가 ‘일’이란 뜻이므로 ‘일’을 덧붙일 필요가 없다. ‘가사일’ 말고 ‘집안일’이나 ‘집일’로 쓰는 게 좋다.

“약수터에서 약수물로 목을 축이고 내려가다 보니 약수물이 개천이 되어 흘러 내려가고 있었다.” ‘약수(藥水)’는 먹거나 몸을 담그거나 하면 약효가 있는 샘물을 의미한다. ‘약수’만으로 충분하다.

‘약수물’을 ‘약숫물’로 하면 괜찮지 않으냐고 주장할 수도 있겠다. 이건 ‘낙숫물’ 때문이다. ‘낙숫물’은 ‘낙수(落水)+ㅅ+물’로 구성된다. ‘낙숫물’은 표준어로 인정을 받았다. ‘약숫물’도 ‘낙숫물’과 똑같은 형태이나 아직 표준어로 인정받지 못했다. 그냥 ‘약수’로 써야 한다는 얘기다.

최성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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