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품 전망대가 된 낡은 컨테이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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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인천 송도국제도시에 세워진 전망대 ‘오션 스코프’. 컨테이너를 색다르게 배치해 물류도시로서의 인천의 비전을 상징하는 동시에 전망대로 쓰이도록 디자인됐다. [A&L스튜디오 제공]

컨테이너의 특징은 규격이다. 투박한 재료, 똑같은 크기의 컨테이너는 물류의 효율성을 대변한다. 하지만 젊은 건축가들의 발랄한 상상력이 컨테이너의 딱딱한 ‘틀’을 단박에 깨버렸다. 그리고 예술로 승화시켰다.

미국과 벨기에를 오가며 활동하고 있는 건축가 안기현씨(34)와 이민수씨(31)가 낡은 컨테이너로 만든 인천 송도국제 도시의 인천대교 전망대 ‘오션 스코프’(Ocean Scope)가 그것이다. 세계적인 디자인 공모전인 레드닷 어워드(Reddot Design Award·독일 노르트라인베스트팔렌 주최)에서 건축·인테리어 부문 최우수상(Best of Best)을 수상했다. 레드닷 어워드는 독일의 ‘IF’와 미국의 ‘IDEA’와 더불어 세계 3대 디자인상 중 하나. 이번에는 총 57개국에서 17개 부문에 4252개의 작품이 출품됐다. 건축·인테리어 부문에는 113개 팀이 참여, 네덜란드·독일·스위스·한국 4개 팀이 최우수상을 수상했다. 건축 분야에서 한국인이 최우수상을 받은 것은 처음이다.

‘오션 스코프’에는 모두 다섯 개의 컨테이너가 쓰였다. 우선 바다와 하늘을 향해 각각 10·30·50도로 각도를 달리해 세 대의 컨테이너를 놓았다. 전망대다. 보통 수직으로 층층이 쌓는 컨테이너를 달리 배치해 역동감을 불어넣었다. 가로로 길게 낸 창도 컨테이너의 답답함을 덜어내는 데 한몫 했다. 도시 내륙을 향하는 두 개의 컨테이너는 인천 관광정보를 주는 전시공간으로 배치했다.

‘오션 스코프’는 지방도시와 아트 기획자, 건축 디자이너의 합작품이다. 인천시가 발주, ‘컨테이너 아트’에 관심을 기울여온 예술기획자 장길황씨가 기획했으며, 건축가인 안씨와 공간 디자이너인 이민수씨가 디자인에 참여했다. 안씨는 한양대·미국 버클리대(석사)에서 공부했고, 이씨는 국민대·뉴욕대(석사)에서 수학했다. 현재 벨기에 브뤼셀에 머물고 있는 안기현씨는 전화 인터뷰에서 “컨테이너에 대한 고정관념에서 벗어나 조형과 기능 면에서 새로운 가능성을 시도한 것이 좋은 평가를 받은 것 같다”고 말했다.

이은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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