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숙자 수 외환위기 때 수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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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서울 시내 거리 노숙자 수가 외환위기 직후 수준에 육박하는 것으로 드러나 서울시가 긴급대책을 마련했다.

서울시는 10월 말 현재 거리 노숙자가 730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의 541명, 2002년 436명에 비해 크게 늘어났다고 14일 밝혔다. 이는 외환위기 여파로 거리 노숙자가 급증해 10월 최고 수준을 기록한 1998년의 826명에 가까운 것이다.

시설에 입소한 노숙자 비율은 평균 78%로 99년 91%, 2000년 90%, 2001년 88%, 2002년 86%, 지난해 83%에 비해 크게 떨어졌다. 서울시 이해돈 사회과장은 "술을 자주 마시거나 가벼운 정신질환을 앓고 있는 사람들이 보호시설의 단체생활을 견디지 못하고 다시 거리로 나오는 경우가 많아졌다"며 "쉼터에 가면 신분을 알려야 하기 때문에 신용불량자들도 입소를 기피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 과장은 "겨울철이 되면 일용직 시장의 일감이 줄어 쪽방 등에서 생활하던 사람들이 거리로 나온다"며 "지방 소도시의 노숙자들도 서울에 가면 먹고 입을 것을 많이 지원해준다는 소문 때문에 상경하는 것도 노숙자가 늘어나는 이유"라고 덧붙였다.

이에 따라 서울시는 15일부터 내년 2월 말까지를 겨울철 노숙자 특별보호 기간으로 설정, 서울역.시청.영등포역 등 거리 노숙자가 많은 곳에 자원봉사자와 상담원 105명을 투입해 이들의 쉼터 입소 등을 유도할 계획이다. 또 노숙자들이 하루를 쉬면서 빨래와 목욕을 할 수 있는 상담보호센터(Drop-in Center) 한곳을 서울역 주변에 12월 말께 추가 설치하기로 했다.

강병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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