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이민 출발점은 1893년 시카고 박람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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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1면

"재미동포 이민사는 출발점이 바뀌어야 합니다. 102명의 한인이 갤릭호를 타고 하와이 사탕수수 밭에 도착한 1903년으로 알려져 있지만 실제로는 그보다 10년이 앞섭니다. 1893년 시카고 박람회로 시작되지요."

미국 시카고에 본부를 둔 '1893 한국전시관 복원 기념사업회(odu@sbcglobal.net)'를 이끌고 있는 김성규(51) 회장은 "이주 역사의 발굴 및 복원 역시 후손들이 해야 할 책무"라고 강조했다.

김 회장은 1989년 일리노이 주립대에서 역사학 석사과정을 밟던 중 1893년 시카고 세계박람회에 한국 대표가 참가했고, 한국전시관이 있었다는 것을 알게 됐다.

그는 국내외 자료를 샅샅이 뒤져 고종 황제의 명으로 정경원(1841~98) 등 조선 관료 두명이 '전시(展示) 대표'로 열명의 악공과 함께 시카고로 왔고, 미국에서 유학하던 박용규.서병규가 현지 고용인으로 이들을 도왔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박람회 개장일(1893년 5월 1일)에 열명의 악공이 당시 스티브 클리블랜드 미국 대통령 앞에서 조선 국악을 연주했던 사실도 찾아냈다.

"재미동포 이민사의 시작은 집단 이민 말고 유학 와서 미국에 주저앉은 경우도 마땅히 포함해야 합니다. 두명의 유학생이 6개월간 전시 안내 직원으로 일했고 그 뒤 미국에 정착했으므로 미국 이민사의 출발 시점을 1893년으로 봐야 한다는 것입니다."

김 회장은 지난해 12월 시카고 드폴대의 최진욱 교수, 노스이스턴대의 박규영 교수 등과 함께 기념사업회를 발족했다.

시카고=김동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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