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사람] 15일부터 희귀우표 전시회 여는 김장환 대한우표회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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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우편 때문에 우표 수집 열기가 예전만 못해 아쉽습니다. 이번 전시회가 우취(우표를 모으는 취미)에 대한 관심을 다시 불러일으키는 데 도움이 됐으면 합니다."

15일부터 19일까지 서울 공평동 제일은행 본점 로비에서 '근대 우편제도 시행 120주년 및 대한우표회 창립 55주년 기념전시회'를 여는 김장환(67.연세대 명예교수) 대한우표회 회장은 "회원들이 소장하고 있는 희귀 우표들을 대거 선보일 예정"이라고 말했다.

대한우표회는 국내 50여개 우표수집 관련 단체 중 가장 먼저 설립됐다. 이번 전시회에는 30명의 회원이 약 200틀 분의 우표와 소인.봉투 등을 선보인다. 우표 수집에서 한 틀은 A4 용지 크기의 우표용지 16장을 말한다. 통상 용지 한 장에 10여장의 우표가 들어가기 때문에 우표 수로 치면 약 3200장(16×10×200)이 전시되는 셈이다.

눈길을 끌 만한 우표들이 적지 않다. 강윤홍씨가 출품하는 1884~1900년의 구한말 우표들, 김정석씨의 미 군정 치하(1945~48년)의 우표들, 그리고 일본인 다이조 마에다가 특별 전시하는 북한 우표들이 그런 우표들이다. 김 회장은 화학사 우표집을 선보인다. 김 회장은 "구한말 우표 등의 경우 억대의 가치가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으며 전시할 때 이외에는 은행금고에 보관해 둘 정도다"고 말했다.

그는 "우표 수집이 사양길을 걷고 있다곤 하지만 끈기와 집중력을 키워주고 다양한 문화를 접하게 해준다는 점에서 여전히 청소년들에게 취미로 권하고 싶다"고 말했다. 이런 점에서 대한우표회 등 많은 우취 단체는 초.중등학교의 우취 동아리에 자원봉사자로 참여해 우표수집 요령을 가르치는 등 나름대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정부 차원의 지원도 필요하다는 것이 김 회장의 지론이다. 예컨대 주요 기념일 우표를 적극적으로 발행해 우표에 대한 관심을 높여달라는 것이다. 김 회장은 "지난해 정부가 우취단체들의 요구대로 고구려의 국내성 천도 2000년 기념우표를 발행했으면 올해 중국과 벌어진 고구려사 분쟁 때 큰 도움이 됐을 것"이라며 "발행된 우표는 시간이 지나면 역사의 중요한 기록이 된다"고 말했다.

김 회장은 광복 이후 우표 수집에 나섰다. 화학사와 관련된 우표는 전공에 도움이 될 것 같아 미국 유학 중인 59년에 수집을 시작했다고 한다. 재작년 연세대 화학과에서 정년 퇴임했고 요즘은 명예교수로 화학사를 강의하고 있다.

그는 "갖고 싶었던 우표를 구했을 때는 큰 희열을 느낀다"며 "요즘도 시간 날 때마다 우표 경매사이트에 들어가거나 전시회에 참가해 필요한 우표를 구입하고 있다"고 말했다.

글=하지윤 기자, 사진=박종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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