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이라크, 총선 재검표 결정 … 1·2위 정당 바뀌면 대혼란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6면

지난달 7일 치러진 총선 이후 안정을 찾는 듯했던 이라크 정국이 또다시 요동칠 전망이다.

이라크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19일(현지시간) 바그다드 지역 선거구(68석)를 대상으로 재검표 결정을 내렸기 때문이다. 재검표는 8~10일 정도 걸린다.

재검표로 1, 2위 정당이 바뀔 경우 현재 진행 중인 연립 협의가 지연돼 정치적 공백과 혼란이 빚어지고, 이는 8월 시작될 미군 철수에도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중앙선관위 측은 이날 “조만간 바그다드 지역 투표함을 대상으로 수작업을 통한 재검표를 실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는 개표 과정에서 부정행위가 있었다고 주장한 ‘법치국가연합’의 요구를 받아들인 것이다. 법치국가연합은 누리 알말리키 총리가 이끄는 정당연합체로 이번 총선에서 총 325석 가운데 89석을 차지해 91석을 차지한 시아-수니 정당연합체 ‘이라키야’에 이어 2위를 했다. 이라키야는 이야드 알라위 전 총리가 이끌고 있다.

68석이 배정된 바그다드에서는 법치국가연합과 이라키야가 각각 26석과 24석을 차지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처럼 1, 2위 정당 간 의석 수 차가 2석에 불과해 재검표 결과 순위가 뒤바뀔 가능성은 얼마든지 있다. 총선에서 누가 수위를 차지하는가가 중요한 이유는 1위 정당이 총리 지명권과 내각 구성권을 갖기 때문이다.

만약 재검표 결과 순위가 바뀌어 시아파인 알말리키 총리가 연임에 성공한다면 수니파의 반발이 격화되면서 정국이 극도로 혼란해질 수 있다. 현재 각 정파는 총리 후보를 놓고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는 상태다. 재검표 결과로 빚어질 수 있는 이라크 정국 혼란은 미군의 이라크 철수 일정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8월 말까지 9만6000명의 병력 중 5만 명을 1차로 철수시키고, 내년 말까지 철군을 완료한다는 계획이다.

이는 이라크 정국이 안정됐을 경우를 가정한 것으로 재검표 결과 또 한번 혼란이 빚어지면 원래 계획대로 미군 철수가 이뤄질지는 불투명하다. 또 연립정부 구성이 지연될 경우 종파 간 대립이 심화되고, 정치적 불안에 편승한 테러도 기승을 부릴 수 있다고 미국은 우려하고 있다.

한편 알말리키 총리는 19일 이라크 정부군이 미군과의 합동 작전을 통해 알카에다의 핵심 지도자 2명을 사살했다고 밝혔다. 그는 지난 주말 이뤄진 합동 작전에서 이라크 내에서 암약해온 알카에다 현지 지도자인 아부 오마르 알바그다디와 아부 아유브 알마스리 등 2명이 숨진 것이 확인됐다며 관련 사진을 공개했다.

정현목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