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이스트는 논문 수보다 동료 학자 평가 중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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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4면

물량 위주의 연구방식에서 품질관리 쪽에 비중을 더 두려는 움직임이 일부 대학에서 일고 있다. 서남표(사진) KAIST 총장은 일찍이 3년 전 교수의 승진과 정년보장(테뉴어) 등 각종 평가 때 논문 수 실적을 보지 않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어 서울대와 포스텍 등 주요 명문대가 뒤를 따랐다.

서 총장은 질적 평가제도를 적용해 테뉴어 선정과 재임용, 교수 승진 등 인사에서 많은 교수를 대거 탈락시켜 국내 대학가에 파장을 불러일으켰다. KAIST의 평가 제도를 간략히 설명한다.

KAIST의 질적 평가는 논문 수를 세지 않는다. 대신 외부 전문가를 포함한 동료 교수의 정성 평가를 중요시한다. 어떤 분야 든 피평가자의 실력은 같은 분야의 연구자들이 가장 잘 알게 마련이다. 평가자는 테뉴어와 정교수 심사의 경우 12명, 조교수에서 부교수가 될 때 6명, 특훈교수는 15명이다. 평가자에겐 ▶국제적으로 해당 분야의 연구를 선도하고 있는지 ▶연구 역량이 좋은지 ▶전문가로 성장할 가능성이 큰지 등을 판단해 보라고 주문한다.

KAIST 장순흥 부총장은 “외부에 평가를 의뢰하면 내국인이든 외국인이든 피평가자의 단점을 직설적으로 언급하려 하지 않는다”고 한다. 하지만 방법이 있다. 연구자의 독창성이나 영향력을 이야기하는 대신 ‘좋은 사람이다’ ‘열심히 연구한다’ ‘논문을 많이 냈다’ 등의 의례적인 말이 많으면 그다지 훌륭하지 않다는 뜻으로 보면 된다는 것이다. KAIST의 이런 다면 평가, 정성 평가 때문에 논문 편수가 많아도 승진을 못하거나 테뉴어 심사에서 떨어진 교수가 적지 않다.

대신 젊고 유능한 교수는 30대 연령에도 테뉴어가 될 수 있도록 해 실제로 그런 사례가 다수 나왔다. 자신 있는 사람은 일찍 심사를 받아 재임용 신경 쓰지 말고 안정적으로 연구하라는 취지다.

박방주 과학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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