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즈] 우주정거장 미르에서 온 편지 外

중앙일보

입력

우주정거장 미르에서 온 편지
제리 리넨저 글, 남경태 옮김, 예지, 252쪽, 9900원

내가 가장 슬플 때
마이클 로젠 글, 틴 블레이크 그림
조세현 옮김, 비룡소, 40쪽, 9500원

‘아빠, 힘내세요.우리가 있잖아요∼’.

최근 한 CF에 등장한 ‘아빠 응원가’가 화제다. 다른 CF에서는 아내가 ‘외로워도 슬퍼도, 나는 안울어∼’하며 지친 남편을 토닥인다. 이런 ‘아빠 달래기’열풍에 잠시 가슴이 뭉클하면서도 뒷맛은 씁쓸하다. 언제부터 아빠가 동정과 안쓰러움의 대상으로 변했을까.

아이들에게 요즘 아빠들은 흡사 ‘외계인’같은 존재다. 잠든 후에나 나타나 깨기 전에 사라진다. 어쩌다 함께 있어도 대화할 주제도 마땅찮다. 늘 피곤하다는 말을 달고 살지만 무슨 일을 하는지는 잘 모른다. 그렇다고 아버지의 애틋한 정까지 사라진 것일까.

『우주정거장 미르에서 온 편지』에는 외계인 아닌 ‘우주인 아빠’가 등장한다. 저자는 1997년 러시아의 우주정거장 미르호에서 5개월 가까이 살며 첫돌 지난 아들에게 틈틈이 편지를 썼다. 우주인 아빠의 생활은 흔히 영화나 만화에 등장하는 우주비행사와는 다르다. 무중력 상태 속 생활은 생각보다 단조롭고, 주말도 휴일도 없이 일해야 하는 처지는 지구의 다른 직장인과 다를 바 없다. 곳곳에 위험이 도사리고 있는 폐쇄된 공간, 그렇기에 가족에 대한 그리움은 더욱 절절하다.

『내가 가장 슬플 때』는 아들을 잃은 아빠의 이야기다. ‘죽은 자식은 가슴에 묻는다’는 말처럼 주인공도 결코 떨쳐지지 않는 슬픔을 가슴에 품고 산다. 남들 앞에선 억지로라도 웃지만 혼자 있을 땐 한없이 약하고 초라해진다. 작가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쓴 독백체의 문장은 ‘아버지에게 자식은 어떤 존재인가’를 사실적으로 보여준다.

‘강하고 듬직한 아빠’는 이제 동화에서도 찾아보기 힘들다. 하지만 아이들에게 진정 필요한 것은 ‘강한 남성’이 아닌 사랑을 주고 받는 존재로서의 아빠가 아닐까. 책들을 아이보다 아빠가 먼저 읽기를 권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우주인 아빠’는 목숨을 잃을 뻔한 큰 사고를 겪은 뒤 이렇게 결심한다.

“내가 얼마나 사랑하는지 아들에게 말해주자. 삶에서 내가 중요하다고 여기는 것, 아빠가 지지하는 것이 뭔지를 아들에게 전해주자. 내가 아들에게 어떤 희망과 꿈을 가지고 있는지 더 늦기 전에 말해주자.”

조민근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