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마다 찾아오는 녹차와의 만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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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인 주지은(28·강남구 대치동)씨는 녹차를 즐겨 마신다. “부담 없는 웰빙음료라서 자주 마시는 편”이라는 주씨는 “특히 봄에 갓 딴 잎으로 만든 햇차의 맛이 일품”이라고 말했다.

향·신선함·고유의 녹색이 그대로

햇차는 싱그러운 향, 높은 신선도, 차잎 그대로의 선명한 녹색을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다.

가장 조화로운 녹차 본연의 향을 즐기고 싶다면 햇차를 권한다. 녹차에는 200종 이상의 향기성분이 있다. 녹차의 풋풋한 향을 지켜주는 이 성분들은 시간이 지나면 일부가 날아가기 마련이다. 그러나 햇차는 봄에 갓 딴 잎을 바로 덖어(물기가 약간 있는 상태에서 타지 않을 정도로 볶는 것) 포장하기 때문에 향기성분이 그대로 남아있다.

햇차는 신선도도 가장 높다. 녹차에는 지방 성분이 거의 없다. 아주 적은 양으로 들어 있는 지방성분도 물에 녹지 않는다. 녹차를 마실때 지방 걱정을 하지 않아도 되는 이유다. 그러나 보관 상태가 나쁘면 산화로 인해 향이 나빠진다. 햇차는 산화가 전혀 진행되지 않은 신선한 차다. 찻잎 그대로의 선명한 녹색도 즐길 수 있다. 찻잎은 광합성을 하는 엽록소 클로로필 성분으로 인해 녹색을 띤다. 하지만 클로로 필은 공기·열·수분을 만나면 갈색의 피오피틴 성분으로 바뀐다. 이 성분은 녹차를 갈색과 붉은색으로 변화시킨다. 햇차는 색 변화가 일어날 수 있는 시간이 상대적으로 짧아 고유의 색을 간직한다.

과학적 유기농 재배기법으로 안정성·품질 유지

오설록은 지난 10일 대표적인 수제차인 ‘일로향’을 시작으로 ‘우잔’ ‘세작’ 등의 햇차를 연달아 출시했다. 오설록의 햇차는 제주도 다원에서 유기농으로 재배한다. 현재 국내에서 진행되는 유기농 재배는 대부분 자연농법(비료와 농약을 안 쓰는 농법)을 따른다. 이 방식은 해를 거듭하면서 제품의 품질이 떨어지고 수확량이 줄어든다는 게 단점이다. 녹차를 많이 생산하는 일본에서는 무농약으로 차를 재배하면 1번차(첫물차)의 생산량이 40~50% 정도 줄어들고, 2번차(두물차)는 생산이 어려워진다고 알려져 있다.

오설록 다원은 이러한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과학적인 유기농 재배 시스템으로 개발해왔다. 2000년 시범적 운영에 이어 2007년엔 실제 다원에서 유기농 재배를 시작했다. 지난해부터는 서광 다원까지 확대했다.

유기농 재배의 핵심은 병충해 방지기술이다. 오설록 서광 다원은 제주에서만 활용할 수 있는 유채박(유채꽃의 잔여물)을 친환경 퇴비로 쓴다. 잡초를 직접 손으로 제거하거나 페로몬을 활용해 병충해를 방지하는 등 다양한 과학적 재배기법도 도입했다.

차나무의 병·해충을 진단할 수 있는 전문요원도 육성하고 있다. 수시로 차나무 상태를 살피고 천적도 연구한다. 이렇게 재배된 찻잎은 그 자리에서 바로 따서 먹어도 될 만큼 안전하다. 오설록의 한 관계자는 “지속적인 기술개발로 안정성과 품질을 유지하면서 맛은 더 좋게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서광 다원은 지난해 국립농산물 품질관리원으로부터 친환경 유기농산물 인증을 획득했다.

햇차와 함께 즐기는 차 문화

제주 설록 직영다원에서 갓 딴 녹차잎으로 만든 올해 햇차는 서울에서도 만날 수 있다. 오설록 티하우스와 티숍에서 오설록 명차 라인을 구입할 수 있다. 지난달 19일 오픈한 오설록 티하우스 인사동점에서는 햇차의 그윽한 맛과 향을 즐기면서 한국의 전통 차문화도 배울 수 있다. 이곳은 제주 오설록 티뮤지엄을 서울에 그대로 옮겨놓은 듯한 공간이다.

차 판매공간인 1층은 제주 오설록 티뮤지엄을 모티프로 해 서울에서도 제주에 온 듯한분위기를 느낄 수 있게 꾸몄다. 각종 차와 서영기·이세용·이동하 등 국내 유명 도예가들의 다구를 판매한다. 덖음 솥 체험도 할 수 있다. 2층은 여유롭게 차를 맛볼 수 있는 카페다. 설록 명차 세작 · 그린티 라떼 등 오설록의 다양한 녹차 음료와 녹차로 만든 빵·쿠키·떡 등을 판매한다. 3층은 특별한 고객을 위한 공간으로 꾸몄다. 유리 천장으로 자연광이 들어오는 티룸에서는 오설록 명차·오설록 차·말차로 구성된 차 서비스를 체험할 수 있다. 바 형태의 티클래스 공간은 전문 티 소믈리에의 도움으로 차의 제조와 다도를 경험할 수 있다.

[사진설명]오설록 티하우스에서 올 봄 갓 딴 찻잎으로 만든 햇차를 따르는 모습.

▶문의= 02-732-6427

< 신수연 기자 ssy@joongang.co.kr / 사진=김진원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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