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공무원에게 주체사상 교육한 전공노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26면

전국공무원노동조합(전공노)이 지난 9월 실시한 조합원 교육에 북한의 주체사상 내용과 상당히 유사한 교재가 사용된 것으로 밝혀졌다. 이 교재는 김정일이 1982년에 저술한 '주체사상에 대하여'와 비교하면 논리전개 방식이나 개념정의, 용어가 매우 흡사하다. '사람'에 대한 인식을 포함해 '자주적 사상의식의 기초가 되는 것은 계급의식'등의 표현은 거의 똑같다.

왜 공무원들에게 이런 교육을 시켰는지에 대해 전공노는 해명이 없다. 이제 이 나라는 공무원들이 주체사상을 교육받는 세상이 됐다. 주체사상이 무엇인가. 노동당의 최종 목적은 '온 사회의 주체사상화와 공산주의 사회 건설'이라고 규약에 나와 있다. 주체사상은 대남 적화 노선의 상징이다. 그런데 운동권 학생들도 아니고 우리 법을 집행하는 공무원이 북한의 체제논리를 학습받고 있는 어처구니 없는 현상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전공노 측은 "주체사상이 무엇인지 몰라 강의 내용에 주체사상이 포함됐는지 몰랐다"고 하면서 일방적 짜맞추기라고 반박하고 있다. 그러나 강사 선정 등에서 처음에는 몰랐다 하더라도 교재의 전반적 내용을 보면 공무원으로선 당연히 이의를 제기해야 할 대목이 많다. 각주에 있는 '공무원들이 노조를 만들고 30년 동네 이장을 하던 사람이 농민회를 찾는 것은 계급의식의 급속한 확산을 잘 말해주고 있다' 는 표현은 무엇인가. 의도했든 몰랐든 결과적으로 주체사상 교육현장에 공무원들이 참석했다는 사실에 부끄러워해야 할 것이다.

공무원은 나라의 근간이다. 전공노 주장대로 그것을 몰랐다 하면 더욱 위험하다. 자기들도 모르는 사이에 주체사상 교육을 받고 있으니 이처럼 위험한 일이 또 있는가. 북한은 인터넷을 통해 주체사상을 보급하고, 일부 공무원은 공공연하게 그 교육을 받고 있으니 "이 나라가 정말 위험한 곳으로 떠밀려가고 있는 것 아니냐"는 국민의 두려움이 커지고 있다. 그동안 공안당국도 무엇을 했는지 이해가 안 된다. 당장 수사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