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 뉴스] '호적 전산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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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호적등본 필요하여
구청을 찾았더니
굳이 먼 고향에 가지 않아도
호적등본을
즉석에서 떼어주네.

전산작업 끝난 뒤
처음 서류를 떼어보니
말끔하게 단장되어
낯선 얼굴을 보는 듯.

전에는 고향 사람 누군가
손때 묻은 필적으로
돌아가신 부모님 성함을
한자로 적어놓아

호적등본 떼어보면
눈물이 핑 돌게 하는
향수가 있었거늘…

e-정부, 전자우편 등등
낯선 단어들이 노인의
아련한 추억마저 앗아가네.

하나하나 읽어보니
다인면은 다이면으로
달제동은 달지동으로
주소, 번지 여기저기
오타, 오자투성이.

주민등록 번호마저
바꿔놓아 한바탕 소란.
아들 주민등록 번호는
두 군데나 잘못 옮겼네.
빨리 하는 것도 좋지만
하려면 제대로 해야지.

일일이 손으로 쓰던 작업
앞으로는 컴퓨터 이용해
자판만 두들기면 된다니
공무원 할 일이 확 줄겠다.

그래서 건장한 청년들이
공무원 시험 준비한다고
쪽방 고시원에
스스로를 가둬놓고
몇년씩 지내는 건가…

그런데 한편에선
공무원이 힘들다고
파업을 하겠다니, 원.

*호적 전산화를 위해 한자를 한글로 옮기는 과정에서 오자 등 실수가 많다는 민원이 여기저기서 제기되고 있다. 호적 표기를 본인과 가족들이 확인하고 고치는 '열람 후 무료 교정 신청 제도'라도 도입해야겠다.

박복남<명예주부통신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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