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립형 사립고 좌초 위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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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올 10월까지 자립형 사립고교를 선정하려던 교육인적자원부의 방침에 대해 서울시교육청이 16일 "올해에는 자립형 사립학교를 선정하지 않겠다" 고 최종 결정해 시작 단계부터 파행을 맞게 됐다.

게다가 일부 교육청도 "사립학교의 재정 자립도가 낮아 현실적으로 선정이 어렵다" 는 입장을 밝혀 2003학년도까지 전국적으로 30개의 자립형 사립고를 지정하려던 정부 방침이 자칫하면 좌초될 위기에 처했다.

교육부의 방침에 대해 지방교육청이 반대해 시행에 차질이 빚어지게 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유인종(劉仁鍾)서울시 교육감은 16일 오후 경기도 이천에서 열린 전국 14개 시.도 교육감 협의회에 참석해 "자립형 사립고는 현재 서울지역 여건상 '중3병' 부활 등 부정적인 면이 우려된다" 며 "일선 학교가 자립형 사립고 신청 서류를 내더라도 반려하겠다. 올해 서울에서 선정되는 자립형 사립고는 없다" 고 잘라 말했다.

각 시.도교육청은 다음달 10일까지 희망 학교의 신청을 받아 재정 여건 등 조건을 충족하는 학교를 6개교 이내에서 선정해 교육부에 추천하도록 돼 있어 서울시가 반대하면 내년 3월 문을 여는 자립형 사립고는 없게 된다.

또 전국 시.도 교육감들은 자립형 사립고 선정 문제는 시.도별 교육 여건 등 지역 실정을 감안해 추진하기로 결의했다.

그러나 이들은 "일단 자립형 사립고교 선정 신청을 받겠다. 그러나 전체 학생 15%에게 장학금을 지급하면서 학생 납입금과 법인 전입금 비율이 8대 2가 돼야 하는 선정 조건을 충족시킬 학교는 거의 없다" 고 밝혀 내년부터 운영에 들어갈 자립형 사립고교는 많지 않을 전망이다.

한편 전교조가 최근 한길리서치에 의뢰해 서울시민 1천명을 대상으로 여론조사를 실시한 결과 자립형 사립고 도입에 31.7%가 반대했으며, 33.4%는 '시기 상조' 라고 답해 65.1%가 부정적인 입장을 보였다.

이후남 기자

사진=김경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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