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와 건물] 테헤란로 데이콤빌딩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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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9면

강남구 역삼동 테헤란로의 데이콤빌딩은 단조로운 모습이 오히려 독특하게 느껴지는 건물이다. 주변의 건물들과 무리없이 조화를 이루는 가운데 나름대로 의 '익살' 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 건물은 도로를 따라 폭이 좁고 긴 대지 위에 지어진 까닭에 그 모습도 성냥곽 처럼 납작하다. 건폐율과 용적율이 거의 상한선까지 달해 토지의 이용 효율면에서도 성공적이란 평가를 받는다. 건물 상층부에 뚫린 빈공간은 이 건물이 눈을 끌게 만드는 특징적인 요소다.

한울건축 이성관 대표는 "건물 때문에 햇빛을 볼 수 없는 보행자들이 답답함을 느끼지 않도록하는 것이 설계 당시의 주안점이었다 "고 밝혔다.

이 건물은 지상에서 3층까지를 투명한 유리로 처리해 길거리의 보행자나 건물 안에 있는 사람들이 서로 건너다 볼 수 있도록 만들었다. 유리를 통해 건물 내부의 모습을 훤히 보여줌으로써 시원한 느낌을 갖도록 했다는 것이다.

이대표는 건물 상부의 뚫린 공간에 대해 "도시적 감각을 살리기 위해 만들었다" 며 '미래를 보는 창' 이라는 의미를 부여했다.

이 빈 공간은 10층 아래를 내려보는 듯한 두개의 원시인 조각으로 장식했다. 첨단정보통신 업체인 데이콤 건물에 원시인을 등장시켜 과거에 뿌리를 둔 미래를 지향하는 기업의 정신을 역설적으로 부각하려 했다고 한다.

정사각형 형태의 판유리 외벽은 한개의 구획을 다시 작은 9개의 소구획으로 나눴다.

크고 작은 격자 모양을 규칙적으로 배열한 외벽은 건물의 모습이 매우 정형화돼 있다는 느낌을 준다. 그러나 상층부의 빈공간과 함께 건물 중간에 설치한 차양은 단조로움을 깨고 건물 외관에 생기를 돌게한다.

신혜경 전문위원

▶위치 : 서울 강남구 역삼동 ▶용도 : 업무용▶규모 : 지상 20층.지하 7층 ▶대지면적 : 6백 46평 ▶건축면적 : 3백 83평 ▶연면적 : 1만 4백 42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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