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문화교류장학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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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목고 입시에 입학사정관전형(자기주도학습전형)이 도입되면서 조기 유학에 대한 관심이 다시 불붙고 있다. 비교과 활동까지 챙길 수 있는 프로그램을 찾는 수요가 부쩍 늘었다. 차별화된 이력을 갖추기 위해서다. 급변하는 유학 상담 현장을 찾아가봤다.

바뀐 특목고 입시로 조기유학 시장 다시 후끈

10일 오후 서울 대치동 BEC영국교육원. 이정은(가명·39·서울 강남구 대치동)씨가 초등 5학년 딸과 상담실을 찾았다. 영국 사립학교들이 유학생 학비의 절반을 장학금으로 지원한다는 소식을 듣고 온 것이다. “서술·논술형 문제를 출제한다, 영어 말하기와 쓰기를 늘린다, 특목고 입시에서는 자기주도학습능력을 평가한다고 하니….” 이씨가 걱정부터 늘어놓았다. 반에서 10등 이내로 영어 실력도 상위권인 딸이지만, 원어민 영어 선생님과 말할 때면 아직도 앞이 캄캄하다는 고민이었다.

상담에 나선 장기영 대표는 자신의 영국 유학 경험과 수업 문화에 대해 소개하며 “토론·발표 수업이 많아 쓰기·말하기는 물론 자기주도적인 공부 습관을 들이는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씨는 아이의 학습태도·교우관계·독서습관 등을 상담한 뒤 추천 받은 사립학교 소개 책자 한 뭉치를 챙겨 자리에서 일어섰다. 그는 “지난주엔 다른 곳에서 미국·캐나다 유학에 대해 상담받았다”며 “엄격한 영국식 교육이 아이 공부에 더 잘 맞을 것 같다“고 말했다. 또 “외고 입시에서 영어 내신과 면접만 반영해 입시부담이 줄었다고 좋아하는 조기 유학생 부모들을 주변에서 많이 봤다”며 요즘 분위기를 전했다.

공부와 체험 두 마리 토끼, 조기유학서 해답

두번째로 상담실에 들어선 채은영(가명·45·서울 양천구 목동)씨는 “외국에서 공부하면서 색다른 체험활동을 할 수 있냐?”부터 물었다. 중1인 채씨의 아들은 토플(iBT)110점과 유명 영어경시대회에서 세 번이나 수상한 실력파다. 그러나 올해 특목고 입시가 바뀌면서 무용지물이 됐다는 하소연이다. 채씨는 “날벼락을 맞은 기분”이라며 인증시험점수와 수상실적이 배제된 입시개편에 불만을 터뜨렸다. 그는 “자기소개서와 학습계획서에 포함시킬 비교과 활동이 필요하다”며 조언을 구했다. 장 대표는 “입학사정관제에서 중시하는 활동의 지속성·일관성을 갖춰야 한다”며 아이가 국내에서 할 수 있는 활동들을 먼저 제시했다.

채씨가 “향후 외국 대학에 진학 계획”이라며 “외국 활동이 더 좋을 것 같다”고 대답하자, 상담 주제가 영국사립학교 체험활동을 찾아보는 것으로 옮겨졌다. 학기 중 후배들의 공부를 도와주는 교육자원봉사, 주말과 방과후 음악·역사·문화활동, 하프텀(3개 학기 사이 3번의 방학)엔 다양한 해외체험 등 교육과정들이 자세히 비교됐다. 채씨는 “아이가 경제를 좋아해 비즈니스 체험교육을 좋아할 것 같다”며 해당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영국 학교의 장학금 지원액을 검토했다. 상담을 마친 채씨는 “독서능력 평가에서 영어 원서를 읽은 차별화된 경험을 보여주는 게 유리할 것 같다”며 “특목고에서도 향후 대학진학 실적을 고려하면 검증된 유학생을 더 선호하지 않겠냐”고 반문했다.

유학생들 비교과활동 쌓기에 전념

이 곳엔 요즘 들어 이씨나 채씨처럼 유학 상담을 받는 부모들이 늘고 있다고 한다. 입시 변화에 조기유학으로 발길을 돌린다는 것이다. 지난해 출국했던 유학생들도 지금은 현지에서 비교과 활동 쌓기에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관심분야와 연계된 활동을 찾아 다니고, 일지·보고서·과제물 등 활동증빙자료도 챙긴다. 영어 학습에만 주력했던 과거와 확연히 다른 모습이다.

문화교류장학 프로그램으로 지난해부터 영국 버크셔에서 유학 중인 안제원(14·Licensed Victualler’sSchool 8년)군은 “학교 럭비팀에 가입해 진흙 속에서 친구들과 뒹굴며 협동심과 지도력을 배우고 있다”고 전했다. 수업 경험도 꺼냈다. “영국 학교에선 좋아하는 과목만 선택해 들을 수 있어 집중력이 높아졌어요. 진로를 계획할 때 친구들과 문화 교류한 수업활동과 경험을 활용할 계획입니다.”

장 대표는 “무조건 조기유학을 고집하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며 “교과공부 뿐 아니라 다양한 활동으로 인성을 연마하는데 비중을 두는 것이 조기유학 성공의 지름길”이라고 .

[사진설명]영국 Oswestry School 학생들이 도서관 앞에서 대화를 나누고 있다.

< 박정식 기자 tangopark@joongang.co.kr >
[사진=BEC영국교육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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