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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노트] 묻혀지는 창작 오페라 … 작곡 기간 늘려줘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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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1면

소프라노 조수미씨는 일본에서 독창회 무대에 설 때 '주신구라(忠臣藏)'에 나오는 아리아를 즐겨 부른다. 시게아키 사에구사(三枝成彰.62)가 작곡한, 일본을 대표하는 창작 오페라다.

한국을 대표할 만한 창작 오페라는 뭘까. 왜 창작 오페라는 초연되고 난 뒤 좀처럼 재상연되지 않는 걸까. 서울시오페라단이 '창작 오페라 아리아집' 발간에 맞춰 11일 14편의 창작 오페라 중 22곡의 아리아를 무대에 올린 것을 보며 떠오른 의문이다.

불행하게도 50여편에 이르는 창작 오페라는 대부분 초연되자마자 사장(死藏)되다시피했다. 그나마 가장 많이 상연된 것도 최초의 창작 오페라인 현제명의'춘향전'(1950년)이다.

졸속 기획으로 탄생한 작품이 많아 재상연하려면 엄청난 수정 작업이 뒤따라야 한다.

그래서'실패작'에 매달리기보다 생색도 내고 지원금 타기도 수월한 신작 초연을 많이 택하는 것이다.

작곡가 선정도 문제다. 명망은 높지만 오페라를 작곡할 기회가 거의 없었던 원로 작곡가에게 위촉하는 경우가 많다. 예를 들면 정회갑의'산불'(1999년), 나인용의'부자유친'(2002년)은 작곡자가 각각 76세, 66세 때 발표한 첫 오페라다.

마지막 창작열을 불태우며 노익장을 과시하는 것을 말리고 싶진 않지만 생각해 볼 일이다. 베르디가 80세 때'팔슈타프'를 완성했지만, 26세 때 첫 오페라를 발표한 뒤 무수한 시행착오와 경험을 쌓아왔다. 사에구사도 34세 때 오페라계에 데뷔해 55세에 '주신구라'를 완성했다.

창작 오페라를 살리기 위해선 특별한 대책이 필요하다. 일본 정부의 '아트 플랜 21'은 오페라단 지원금을 3년 단위로 지급한다. 3년 내에 창작 오페라 1편씩 초연과 재상연을 하는 조건이다. 국립오페라단부터 30~40대의 신예를 상주(常住) 작곡가로 받아들여 충분한 시간을 주면서 작곡에 전념케 해야 한다.

이장직 음악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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