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황 덜 타는건 역시 '큰 평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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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1면

부동산 규제 강화, 경기 위축 등으로 아파트 분양시장이 대체로 침체한 가운데 큰 평형은 선전하고 있다. 중.소형 평형을 원하는 수요는 지갑을 쉽게 열지 않지만 경제력 있는 층은 경기에 크게 구애받지 않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게다가 내년 택지 채권입찰제가 시행되면 전용면적 25.7평 초과분의 분양가가 올라갈 것이란 예상도 큰 평형에 수요자들을 몰리게 한다.

최근 경남 마산시 월포동에 분양된 벽산블루밍 당첨자 계약률의 경우 24평형은 50%, 32평형은 70%, 48평형은 85%로 평형이 클수록 높았다. 벽산건설 관계자는 "그동안 상대적으로 공급이 거의 없었던 큰 평형의 대기수요가 많았던 것 같다"고 말했다.

경북 포항시 SK건설의 효자웰빙타운은 이달 초 평균 2.7대 1의 경쟁률을 보인 가운데 35평형은 2.9대 1인 데 비해 56평형은 10대 1에 달했다. SK건설 서정래 분양소장은 "큰 평형 수요는 가격보다 제품에 관심이 많아 마음에 들면 분양받으려 한다"고 말했다.

미분양으로 몸살을 앓는 부산에서 지난달 나온 49~88평형의 사직동 LG자이도 순위 내 청약 마감에 이어 당첨자 계약률이 75%로 부산에서 근래 보기 드물게 좋은 분양률을 보였다. LG건설 한상욱 분양소장은 "호텔식 출입구 등으로 차별화해 고급 수요를 겨냥한 게 맞아떨어졌다"고 말했다. 경기도 오산시 원동 대림e-편한세상도 지난달 전용 25.7평형 초과의 당첨자 계약률은 87%로 25.7평 이하(80%)보다 높았다.

특히 택지지구에서 큰 평형의 인기가 높다. 지난달 말 실시된 인천 5차 동시분양에서 전체 모집가구 수의 34%가 미분양됐지만 전 평형이 전용면적 25.7평을 초과한 논현지구 신영지웰은 최고 3.2대 1로 모두 마감됐다. 신영 최상규 부장은 "수요자들이 내년 주택분양제도가 바뀌기 전에 큰 평형을 분양받는 게 낫다고 생각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지난달 경기도 화성시 동탄신도시 2차 분양에서도 큰 평형의 선전이 눈에 띄어 당첨자 계약기간 중 30평형대의 계약률은 80%가량인 데 비해 40평형대는 90% 안팎이었다.

이런 가운데 20평형대는 극심한 분양난을 겪고 있다. 지난 9일 청약접수를 끝낸 서울 10차 동시분양에서 강동구 암사동 강동2단지의 경우 30평형대 이상은 모두 서울 1순위에서 마감됐으나 24평형은 수도권 3순위에서 겨우 모집가구 수를 채웠다. 인천 5차 동시분양에서도 20평형대의 미분양률이 가장 높았다. 업계 관계자들은 "임대를 생각한 투자 수요가 다주택 세금 중과 등으로 20평형대를 꺼리고 내집마련 수요가 많은 30평형대는 집값 하락 불안 등으로 적극 나서지 않는 반면 많지는 않지만 새 집을 원하는 고급수요 덕에 중대형 평형은 그런대로 재미를 본다"고 전했다.

이에 따라 업체들은 중대형 평형 위주의 분양을 늘리고 있다. 하지만 종합부동산세 과세 대상이 되는 기준시가 9억원 이상이 될 만한 평형은 제외할 방침이다.

안장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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