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BOOK] EU서 콘돔 표준크기 정할 때 한 방에 논쟁 잠재운 나라 있다는데 …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23면

EU서 콘돔 표준크기 정할 때 한 방에 논쟁 잠재운 나라 있다는데 …

길이 17㎝, 지름 49~56㎜, 이름 EN-600. 무엇에 쓰는 물건일까. 유럽연합(EU)이 결정한 통합 콘돔이다. 27개 회원국이 다 함께 쓸 콘돔 규격의 표준안을 정할 때까지 신경전이 벌어졌다는데 고만고만한 사이즈 논쟁을 잠재운 건 노르웨이였다고 한다. ‘작은 집에 살림을 다 우겨넣을 순 없어도 큰 집에는 다 들어간다’는 한마디로 끝장을 냈는데 이 과정에서 노르웨이 남성 국민의 거시기 평균 크기가 많은 부러움(?)을 샀다는 후문이다.

‘근대 올림픽은 자위행위 방지를 위해 시작됐다’ ‘정액 양은 그대론데 정자 수가 줄어드니 인류는 곧 멸망할지도 모른다’ ‘2차 대전 때 미군은 전투에 의한 부상자보다 성병에 의한 전투 능력 상실로 골머리를 썩였다’ ‘신의 이름을 빌려 민중의 성생활을 통제한 중세 교회는 초보적 수준에서나마 인구론을 생각해낸 셈이다’ ‘제1차 걸프전에 투입된 여군 중 상당수가 임신 상태로 귀환했다’ ‘사형수는 마지막 순간 정액을 방출한다’ ‘순록과 바다표범을 구한 비아그라에게 노벨 평화상을 주자’….

지은이가 인류사에서 ‘섹스’란 뜰채로 건져낸 얘깃거리는 쏠쏠한 건더기가 많다. “양기 탱천한 입을 달고 질척한 밤거리를 떠돌던 역사의 배후를 훤한 대낮의 저잣거리로 끌고 나오려는 시도”라고 저술의 뜻을 밝힌 지은이 말에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민간 군사전문가로 활동하면서 근·현대 전쟁사 자료 수집과 분석에 애써온 연구자인 만큼 전쟁 관련 글 꼭지가 좀 많지만, 빗발치는 총알 아래서 극적인 로맨스가 자주 펼쳐지는 건 인지상정이니 이도 큰 흠이라고 볼 수는 없겠다.

‘상식과 몰상식을 넘나드는 인류의 욕망’이란 곁제목에 걸맞게 술술 읽히도록 쓴 대화체 글쓰기가 독서를 돕는다. 이런 식이다. “녀석, 콩떡같이 말해도 찰떡같이 알아들어야지! 여하튼 매독을 이기려면 매독에 대해 알아야 하잖아?” “그런데요?” “매독을 관찰하는 거야.” “지금도 정말 열심히 그곳만 들여다보고 있거든요?”

정재숙 선임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