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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포항여름 대구 더위 뺨친다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3면

대구가 올 들어 '가장 더운 도시' 의 자리를 포항에 내주고 있다. 포항이 7월중 전국 최고기온을 가장 많이 차지한 반면 대구는 단 하루도 과거의 '명성' 을 지키지 못했다. 점차 뚜렷해지는 대구와 포항, 두 도시의 여름 최고기온 역전현상을 살펴보고 그 원인을 찾아본다.

▶포항

올 여름 포항지역 더위가 심상치 않다.

지난 7월 이후 포항은 전국 최고기온을 무려 9일이나 기록했다.

이는 같은 기간 전국 최고기온을 4일씩 기록해 그 뒤를 이은 강릉.진주.영천을 크게 앞지르는 열기다.

포항에 사는 시민 권모씨는 "선풍기를 틀어도 뜨뜻한 바람이 나온다" 며 "퇴근해서 바닷가에 나갔다가 돌아와 잠들 때까지 보통 두세차례 샤워를 한다" 고 말했다. 무더위 덕분에 7월 한달 전자랜드 오광장점 등 지역 에어컨업체는 에어컨 6천여대를 팔아 즐거운 비명을 질렀다.

2, 3년 전부터 포항이 '가장 더운 도시' 로 떠오르자 시민들은 더위 얘기만 나오면 나름의 분석을 내놓는다. 포항지역 기상 관측지점은 형산강과 송도해수욕장이 만나는 부근. 포항제철과는 1~2㎞ 떨어진 곳이다.

첫번째로 지목되는 원인은 포항제철 용광로와 길거리에 늘어나는 자동차. 한 시민은 "용광로의 열기가 구름을 밀어내 비가 적게 오는 것" 이라며 환경변화가 한몫을 했다고 주장한다.

포항시도 더이상 좌시할 수 없다며 대응책을 마련중이다. 환경위생과는 자동차 배기가스 규제에 나서고 있다. 평균기온이 높아지자 대대적으로 자동차 무료점검을 벌이는 것. 산림과는 대구시를 벤치마킹해 소공원 조성, 나무심기 등 녹화사업 예산 7억원을 마련했다. 나무를 심어 그늘이라도 만들자는 구상이다.

포항기상대 석인준 예보사는 "지역 기온이 상승하는 것은 사실" 이라며 "8월 한달도 고온현상은 지속될 것" 이라고 예보했다.

송의호 기자

▶ 대구

대구 서구 내당동의 이모(38.회사원)씨는 요즘 하루 하루가 고역이다. 기록적인 열대야에 에어컨을 가동하는 시간이 늘면서 아이들이 감기로 고통을 받고 있다. 어쩔 수 없이 끄면 모기.더위와의 싸움에 잠을 설치기 일쑤다. 이씨는 "올해처럼 힘든 여름도 없었던 것 같다" 며 고개를 내저었다.

그러나 낮 기온은 좀 다르다.

푹푹 찌는 더위는 예나 비슷하지만 전국 최고기온은 좀체 나타나지 않고 있다.

대구기상대에 따르면 지난달 1일부터 이달 6일까지 대구의 낮 기온이 전국 최고를 기록한 적은 한차례도 없었다. 반면 포항은 무려 아홉차례나 1위를 차지했다.

37일 동안 포항보다 대구의 기온이 높았던 날은 17일에 지나지 않았다.

대구 토박이인 이영순(57.여.수성구 지산동)씨는 "포항의 기온이 더 높아 상대적으로 더위가 덜한 느낌이 든다" 며 "기록적인 더위로 '고생이 많다' 는 인사를 더이상 받지 못해 시원섭섭하다" 고 말했다.

대구가 최고기온을 포항에 내준 원인에 대한 분석도 다양하다. 대구시는 '푸른도시 가꾸기' 의 하나로 나무를 많이 심고 분수대를 크게 늘린 것이 기온 변화에 영향을 미쳤다고 주장한다.

문희갑(文熹甲)대구시장은 "녹지면적의 증가가 기온 낮추기에 큰 역할을 한다는 것은 여러 연구결과 입증된 것" 이라고 했다. 이에 대해 대구기상대 관계자는 "연무현상으로 인한 일사량 감소와 녹지공간 확충, 신천에 흐르는 물 등이 복합적으로 영향을 미쳤다" 고 분석했다.

홍권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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