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러브호텔 소유주가 경찰서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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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며칠 전 화재로 투숙객 여섯명이 목숨을 잃은 충남 천안의 '꿈의 궁전' 여관 공동 소유주가 충남 지역 경찰서장인 것으로 드러나 국민을 어리둥절케 하고 있다.

또 강원지역의 한 검찰 지청장이 휴가철을 앞두고 콘도업계에 일부 객실 할당을 요청하는 협조 문서를 보낸 것으로 밝혀져 공직자의 자세와 처신이 어떠해야 하는지를 다시 생각하게 한다.

불이 난 여관 소유주인 경찰서장은 지난해 6월 다른 사람과 함께 5억원씩을 출자해 문제의 여관을 공동 구입했다는 것이다. 그는 자신이 투자한 2억원에 대해선 공직자 재산등록 때 신고했으며 나머지 3억원은 동생과 친구 등에게서 빌린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화재 직후 그는 "여관 운영에 손대지 않았지만 공직자로서 도덕적 책임을 통감한다" 며 사표를 제출했다. 그러나 이를 단순히 도덕적 책임으로만 돌릴 수 있을지 의문이다.

그가 이른바 '러브 호텔' 밀집지역에 여관을 구입한 것부터가 잘못된 투자다. 아무리 정년퇴직 후 노후를 대비한 것이라고 해도 공직자로서 올바른 처신이라고 할 수 없다.

특히 숙박업소는 미성년자들의 혼숙 등에 대한 경찰의 단속 대상이다. 경찰 간부가 여관 소유주라면 그 업소에 단속의 손길이 제대로 미칠 것이라고 기대할 수 있겠는가.

그럼에도 그가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경찰이 여관에 대해서 하는 일은 '임시검문' 뿐이어서 단속 대상 업소가 되는 것으로 생각하지 않았다고 말한 것으로 보도돼 그저 놀라울 뿐이다.

소위 힘 있는 기관들의 콘도 예약 편의 부탁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휴가철 상부 기관 등에서 예약을 부탁할 것에 대비해 미리 일정 수의 객실을 확보해 두는 것이다.

따라서 이번에 말썽이 난 강원지역 검찰 지청장에 국한된 문제도 아니다. 그러나 이제는 달라져야 한다. 일종의 관행처럼 여겨지던 일마저 인정하지 않는 시대가 된 것이다. 지방공직자들의 유사한 도덕적 해이나 겸업 행태가 없는지 일제 점검을 해야 할 것이다.

지방공직자들이 도덕성과 공정성을 살리는 목민관(牧民官)역할을 제대로 할 때 나라가 바로 설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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