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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틴틴경제] 기업도시란 무엇인가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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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6면

틴틴 여러분, '삼성시' 'LG타운' 같은 도시 이름을 생각해보신 적 있나요. 재계를 대표하는 단체인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의 건의로 건설교통부와 여당이 기업도시 건설을 위한 법(민간복합도시개발특별법)을 만들고 있는 것은 알고 있나요. 기업도시란 무엇이고, 왜 만들려고 하는 것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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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도시란 기업이 주도해 만드는 도시라고 생각하면 됩니다. 물론 삼성이나 LG 같은 개별 기업이 서울시나 부산시 같은 거대도시를 만들 수는 없겠지요. 그런 거대도시가 아니라 소도시 혹은 복합타운을 생각하면 될 것 같습니다. 당초 기업도시 건설을 제안한 전경련은 500만~1000만평 정도의 땅에 공장 및 연구단지와 함께 주택.학교.병원.공원.문화시설 등을 짓는 것을 구상하고 있습니다. 서울 여의도 면적이 대략 250만평인 점을 감안하면 크기를 대략 짐작할 수 있을 겁니다.

이런 기업도시가 왜 필요할까요. 가장 큰 이유는 기업들의 투자를 끌어내 경제를 살리고, 일자리를 만들어내기 위해서입니다. 기업이 알아서 기업하기 좋은 환경을 만들어 마음껏 일해보라는 것이지요.

그런데 기업이 모여 있는 곳으로 산업단지도 있습니다. 산업단지가 많은데도 굳이 기업도시를 세우는 이유가 뭘까요.

기업도시와 산업단지의 가장 큰 차이는 개발 주체가 누구냐 하는 것입니다. 산업단지는 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개발권을 갖고 있지만, 기업도시는 개별 기업이 개발권을 갖고 있습니다. 산업단지는 간혹 기업 입장을 살피지 않고 정부나 지자체의 필요에 의해 만들어지기도 합니다. 기업들이 불만을 품을 수도 있습니다. 도시와 너무 떨어져 교통이 불편하거나, 시장이 멀거나, 사람을 구하기 힘든 것이 그 예입니다.

기업이 주도해 산업단지뿐 아니라 주택.병원.학교 등 각종 시설을 함께 만들면 이런 불만을 없앨 수 있다는 것이 재계의 생각입니다. 또 협력업체와 관련 산업을 주위로 끌어들여 이른바 '집적 효과'를 거둘 수 있다는 것입니다. 나아가 이런 기업도시에는 기업 활동을 제약하는 각종 규제도 풀고 세금도 줄여 일종의 '기업 자유지대'를 만들어 보자는 것이지요.

외국에는 자연스럽게 형성된 기업도시 사례가 몇몇 있습니다. 일본 도요타(豊田)시나 미국의 실리콘밸리 등이 대표적 예입니다. 가령 나고야(名古屋) 인근에 있는 도요타시는 세계적 자동차 회사인 도요타자동차가 중심이 된 소도시입니다. 산업 기반이던 양잠업이 쇠퇴하자 1938년 도요타자동차를 유치했습니다. 도요타가 커지면서 도시도 활기를 찾고, 59년에는 아예 도시이름마저 '고로모'에서 '도요타'로 바꾸었습니다. 실리콘밸리도 미국과 전 세계 정보기술(IT)기업이 하나둘씩 모여 자연스럽게 형성된 도시입니다.

하지만 지금 우리나라가 추진하고 있는 것처럼 특별법을 제정해 인위적으로 기업도시를 만든 사례는 거의 없습니다. 기업도시의 필요성은 대개 인정하면서도 이를 둘러싼 여러 가지 논의와 논쟁이 벌어지고 있는 것도 이 때문입니다.

건설교통부가 마련한 법안은 기업도시를 ▶연구개발 중심의 지식기반형▶제조업.교역 중심의 산업교역형▶관광.문화 중심의 관광레저형▶공공기관 지방 이전과 연계되는 혁신거점형 등 네 가지로 구분하고 있습니다.

기업이 이 같은 유형의 기업도시를 만들겠다고 신청하면 정부는 각종 인허가를 빨리 내주는 등 최대한 도와준다는 것이 법의 골자입니다.

문제는 이런 기업도시를 어디에 만드느냐입니다. 기업은 되도록 인구가 많은 수도권 근처에 만들고 싶어하지만, 정부는 국토 균형 발전을 위해 서울에서 멀리 떨어진 지방에 만들어야 한다는 입장입니다.

또 개발이익을 누가 가져가는지도 쟁점입니다. 허허벌판을 개발해 도시를 만들면 땅값과 건물값이 올라가는 이른바 개발이익 생깁니다. 이런 개발이익을 기업이 어느 정도 가져가게 할 것인지 하는 문제입니다. 정부는 개발이익의 70%를 환수해 기업도시가 투기장으로 변하는 것을 막겠다는 입장이지만, 재계는 개발이익을 어떻게 평가할 수 있겠느냐고 이의를 제기합니다.

이 밖에도 쟁점은 많습니다. 기업도시에 편입된 지역의 땅을 어떻게 사들일 것인지, 출자총액제한 제도 등 규제를 얼마나 풀어줄 것인지, 총사업비 중 기업이 얼마나 많이 부담해야 하는지 등 풀어야 할 숙제가 한두 가지가 아닙니다.

일부 시민단체는 기업에 너무 많은 혜택을 주고, 환경을 파괴할 우려가 있다는 이유 등으로 기업도시 건설을 아예 반대하고 있기도 합니다. 하지만 각 지자체에서는 기업도시 유치를 위해 적극적으로 뛰고 있습니다. 그 지역의 일자리와 세금이 늘어나고 경제가 살아날 수 있기 때문이죠.

머지않아 민간복합도시개발특별법이 국회를 통과할 예정입니다. 사상 최초의 실험인 기업도시가 과연 어떤 모습으로 우리에게 나타날지 관심을 가지고 지켜봅시다.

이현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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