샤워텔·리빙텔·위클리맨션 … 수익형 부동산 과장 광고 조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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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4면

샤워텔·리빙텔·○○○사택·위클리맨션…. 기존 부동산 상품에 그럴듯한 이름을 붙인 뒤 마치 새로운 모델인 것처럼 광고·홍보하는 유사상품들이다. 투자심리가 냉각되면서 주택·상가·오피스텔 등 기존 이름으로는 분양이 안 되자 생김새나 서비스만 살짝 바꾼 부동산 상품이 늘고 있다.

대부분 ‘새로운’ ‘처음’이란 광고 문구 등으로 투자자들을 현혹한다. 익명을 요구한 한 분양대행사 관계자는 “마치 기존에는 없던 새로운 상품처럼 보이지만 알고 보면 마케팅을 위해 기존 상품의 이름만 바꾼 것”이라며 “특히 수익형 부동산 중에 이런 상품이 많다”고 말했다.

실제 A사가 서울에서 분양 중인 한 주택은 특정 직업군의 사택인 것처럼 이름을 붙인 뒤 국내에서 첫선을 보인 것이라고 홍보한다. 특정 직업군에 임대해 높은 수익을 올릴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 단지는 일반 연립주택으로 누구나 분양받거나 입주할 수 있다.

해당 구청 관계자는 “특정 직업군과는 전혀 관련이 없는 연립주택”이라며 “해당 직업인이 많이 사는 지역이다 보니 업체 측에서 임의로 그렇게 부르는 것”이라고 말했다.


최근 서울·수도권 주요 역세권에서 많이 분양되고 있는 리빙텔·샤워텔·고시텔 등도 이름만 다를 뿐 내용은 같다. 대부분이 관련법상 고시원으로, 전용 15㎡ 정도 크기의 소형 주거시설이다. 1인 가구 등에 임대할 목적으로 만든 상품인데, 기존의 고시원 이미지를 벗기 위해 약간의 시설과 이름을 바꿔 단 것이다.

비즈니스호텔이라거나 위클리맨션·호텔식 레지던스 등의 임대상품 역시 알고 보면 기존 오피스텔이나 콘도미니엄, 숙박시설(호텔 등)과 다르지 않다. 상품의 생김새나 서비스가 기존 상품과는 다를 수 있겠지만 분양 방식이나 수익 구조 등은 차이가 없는 것이다.

그렇다고 이들 상품이 불법시설은 아니다. 허위·과장 광고라고 단정지을 수도 없다. 공정거래위원회 소비자정책국 이종영 사무관은 “관련법상 용도를 벗어나지만 않는다면 새로운 이름을 지어 달고, 이를 광고했다고 해서 문제될 것은 없어 보인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낯선 이름이나 광고·홍보 문구에 현혹되면 낭패 볼 수도 있으니 주의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신한은행 이남수 부동산팀장은 “오피스텔이나 숙박시설 등 상품 종류에 따라 투자 방법이 달라지므로 낯선 상품에 투자할 때는 관련법상 특성과 종류를 우선 파악해야 한다”고 말했다.

특히 연 10% 이상의 고수익률을 내세우거나, 완공 후 몇 년간 임대수익을 보장해 주는 상품들은 꼼꼼한 투자수익률 분석은 물론 개발업체의 부도 위험성은 없는지 등도 확인해야 한다. 이때 일부 숙박시설은 주택·오피스텔과 달리 공실(빈방)률이 높은 편이라는 점도 고려해야 한다.

황정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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