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진정한 반성과 실천, 진정한 용서와 화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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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8면

한·일 강제병합 100년을 맞아 양국 원로(元老)들이 과거와 현재, 미래에 대해 다양한 의견을 제시했다. 본지와 일본 니혼게이자이(日本經濟)신문이 공동으로 마련한 지상좌담회에서 양국의 정치·경제·문화계 원로 6명은 진정한 반성과 실천, 진정한 용서와 화해가 불행했던 과거를 극복하는 선결조건이라는 인식을 공유했다. 그 상징적 조치로 일본 궁내청에 있는 조선왕실 문화재를 한국에 반환하고, 아키히토(明仁) 일왕이 방한하는 방안을 적극 추진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이 나왔다. 한·일 해저터널을 뚫어 도쿄에서 런던까지 가는 21세기의 실크로드를 건설하자는 의견도 있었다. 우리는 원로들의 의견 중 경청할 만한 것이 많이 있다고 본다. 탁견(卓見)을 수용하고, 발전시켜 진정한 우호와 협력의 미래 100년을 준비하는 것은 양국 정부의 몫이다.

대한해협을 사이에 두고 이웃해 있는 두 나라는 예부터 문화와 기술을 서로 주고받으며 발전해 왔다. 고대 한국으로부터 제철 기술을 전수받은 일본은 포항제철의 용광로로 은혜를 갚았다. 지금 양국은 세계시장에서 치열하게 경쟁하면서도 경제적으로 상호보완적 관계를 맺고 있다. 원로들이 말한 대로 선의의 경쟁을 하면서도 서로 돕고, 필요한 것은 서로 배우는 열린 자세를 유지하는 것은 동북아 3국의 숙명이자 생존 조건이다. 우메하라 다케시 도쿄시립대 명예교수는 “한·중·일이 협력하면 유럽연합(EU)보다 강해질 수 있다”며 일본의 철저한 반성과 중국의 대국주의 탈피를 촉구했다. 그래야만 과거 중국과 일본 때문에 생긴 한국의 ‘한(恨)’을 풀어줌으로써 진정한 한·중·일 협력과 아시아 시대의 개막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구슬이 서 말이라도 꿰어야 보배이듯 좋은 의견이 아무리 많아도 정책으로 구체화해 실행에 옮기지 않으면 소용이 없다. 지금 일본 정부에는 과연 그럴 의지가 있는가. 겸허한 자세로 역사를 직시하겠다던 하토야마 정부는 독도에 대한 영유권 교육을 강화하고 있다. 일본이 먼저 반성을 실천으로 보여주고, 한국이 용서와 화해의 손을 내밀 때 비로소 미래 100년의 문은 열릴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