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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재활 이렇게 한다] 21. '정통칼국수' 운영 이성희씨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32면

서울 개봉동에서 '정통 칼국수' 를 운영하는 이성희(43)씨는 '장사는 매출보다는 수익' 이라는 교훈을 실감하고 있다. 李씨는 과감한 리모델링을 통해 '매출 우선' 에서 '수익 우선' 으로 경영방침을 바꿨다. 같은 요식업이지만 메뉴를 뷔페에서 칼국수로 바꾸며 부진의 늪에서 벗어난 것이다.

◇ '밑빠진 독' 같았던 첫 사업=자녀 교육을 위해 캐나다로 투자 이민을 갔던 李씨는 두 아들이 자리를 잡자 지난해 가을 남편과 함께 7년 만에 한국으로 돌아왔다. 돌아오자마자 시작한 李씨의 첫 사업은 '서민형 뷔페 식당' .

7천원을 내고 들어오면 고기를 비롯해 50여가지의 음식을 마음껏 먹는 식이었다. 창업자금은 프랜차이즈료.점포 임대료.권리금.내부 인테리어 비용을 합쳐 2억원이 들었다.

처음엔 모든 것이 순조로운 듯 했다. 음식값이 싸고 맛있다는 소문이 퍼지면서 손님이 몰렸다. 1백평 가량의 홀이 꽉 차며 매출도 하루 1백50만원 정도를 올렸다.

하지만 수익을 따져본 결과 남는 것이 없었다. 50여가지의 음식 재료비가 만만찮은데다 음식 준비에 필요한 종업원이 너무 많았다. 인건비.재료비.관리비 등을 빼고 나니 수익이 매출액의 5%도 안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게다가 아침부터 밤까지 음식을 준비하고, 종업원을 관리하고, 카운터 업무를 보느라 몸도 너무 힘들었다.

"이래서는 안되겠다 싶더군요. 뭔가 다른 방법을 찾아야겠다는 생각에 창업 컨설팅업체를 찾아갔지요. "

창업 컨설팅업체는 칼국수집으로 바꿀 것을 권했다. 李씨도 흔쾌히 동의하고 '앓던 이' 같은 뷔페 사업을 8개월 만에 접었다.

◇ 적중한 리모델링=뷔페에서 칼국수집으로 바꾸는 데는 의외로 큰 돈이 들지 않았다. 상호가 새겨진 그릇과 면을 뽑아내는 기계, 일부 주방 시설을 바꾸는 데 1천만원도 채 들지 않았다.

칼국수의 맛은 李씨가 여러 칼국수 집을 돌아다니며 벤치마킹했다. 축 늘어지는 보통 면 대신 라면처럼 꼬불꼬불한 면을 손님들이 좋아하고, 멸치국물 육수는 싫어한다는 등 나름대로 꼼꼼하게 연구도 했다.

캐나다에서 취미삼아 배운 요리솜씨가 큰 도움이 됐다.

李씨의 적극적인 연구 끝에 개발한 칼국수가 이 집의 주메뉴인 '모듬 칼국수' .

접시에 해산물과 야채, 버섯 등을 담아와 손님이 보는 앞에서 면과 함께 끓인다.

뷔페보다 음식값이 다소 싸기 때문에 매출은 평일 1백만원 선으로 떨어졌다.

하지만 재료비가 적게 들어 마진은 훨씬 커졌다는 것. 여기에 과거 뷔페를 운영할 때는 월 2천만원 넘게 들던 관리운영비 및 인건비도 5백만원 이상 줄었다. 종업원 수를 12명에서 7명으로 줄일 수 있었기 때문이다.

"장사를 하면서 '이게 아닌데' 하는 생각이 들어도 미적미적 하는 경우를 주변에서 많이 봅니다. 하지만 굳이 큰 틀을 바꾸지 않더라도 약간만 생각을 달리 하면 얼마든지 길은 있지 않을까요. " 몰려오는 저녁 손님을 맞느라 분주한 李씨의 말이었다.

이현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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