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의 집짓기' 릴레이 봉사 훈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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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1면

"야-, 무지무지 덥네. "

27일 오전 경남 진주시 명석면 외율리 '진주 평화의 마을' 주택건설현장.

섭씨 35도를 오르내리는 찜통더위 속에 여기 저기서 여고생 11명 등 고교생 15명이 땀을 뻘뻘 흘리며 서툰 솜씨지만 일을 거들고 있다. 목재를 나르는가 하면 한켠에선 망치질도 하고 다른 쪽에선 땅파기 곡괭이질을 하느라 여념이 없다.

이들은 경남 밀양 동명고 봉사동아리인 '예나지나' 회원들로 방학을 맞아 대부분의 친구들이 피서를 떠났지만 지난 24일 쌀과 버너를 챙겨 이곳을 찾았다.

중앙일보 후원으로 '한국 사랑의 집짓기운동연합회(한국해비타트.이사장 정근모)' 가 무주택 서민들을 위해 벌이는 집짓기 현장에 참가, 자신들의 '황금휴식' 을 이웃사랑에 보태는 즐거움을 맛보기 위해서다.

모처럼 해보는 힘든 일이라 일부 학생들은 더위를 먹고 쓰러지기도 했지만 "끝을 보겠다" 며 투지를 불태우고 있다.

하수관로를 만들기 위해 곡괭이질을 하던 박수종(18.2년)군은 "하루 해가 이렇게 긴 줄 몰랐다" 며 "힘은 들지만 집이 완성돼 가는 것을 보면서 뿌듯함을 느낀다" 고 말했다.

4백60평 부지에 20평짜리 16가구를 짓는 이곳 현장에는 이들 학생들외에도 이 운동으로 1년 전 집없는 설움을 면했던 '광양 평화의 마을' 주민 11명이 하루벌이도 바쁜 처지지만 지난 17일 찾아와 '사랑의 품앗이 봉사' 를 하고 가기도 했다.

레미콘 회사에 다니는 김형길(40)씨는 월차휴가를 받아 참가했고, 2개월 전 타이어 수리점을 개업한 김인호(39)씨는 이곳에 오느라 처음으로 휴업을 했다.

손순덕(60)부녀회장은 김치와 밑반찬을 만들어 봉사자들의 식사를 도왔고, 구갑종(42.아파트 관리원)씨 부부는 힘든 작업인 담장 터파기를 자원하기도 했다.

具씨는 "아파트 관리실에 딸린 단칸방에서 일가족 네명이 생활하다 어엿한 집주인이 되니 그렇게 기쁠 수 없었다" 며 "남의 도움을 받은 기쁨을 조금이라도 되돌려주고픈 마음에 기꺼이 참가했다" 고 말했다.

'사랑의 집짓기 운동' 은 현재 진주를 비롯, 충남 아산.경기도 파주.강원도 태백.경북 경산.전북 군산 등 여섯곳에서 다음달 11일까지 1백36채의 집을 짓는 것을 목표로 연인원 9천여명의 국내외 자원봉사자가 참가한 가운데 펼쳐지고 있다.

특히 다음달 5일에는 '사랑의 집짓기 운동' 자원봉사단장인 지미 카터 전 미국 대통령, 코라손 아키노 전 필리핀 대통령 등이 내한해 마무리 작업에 동참할 예정이다.

한편 '사랑의 집' 입주자들은 결혼한 지 5년 이상이면서 집이 없는 사람들 가운데 선발되며, 매달 12만원씩 18년 동안 집값을 상환해야 한다.

이들이 내는 상환금은 다른 평화의 마을을 조성하는 데 사용된다. 문의는 02-2267-3702.

진주〓김상진 기자

사진=송봉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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