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의수학으로 사고력 기르기] 조각 맞추기·종이접기하며 수학 배우고, 생각 키우고 …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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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왕초 3학년 ‘창의수학반’ 학생들이 칠교로 여러 숫자 모형 만들기를 하고 있다. [김진원 기자]

6일 오후 3시 경기 의왕초 1학년 2반 교실. ‘창의수학반’ 방과후 수업이 한창이다. “숫자 ‘0’을 만드는 게 가장 어려워요. 각이 있는 칠교(도형조각)로 원을 만들어야 하잖아요.” 3학년 배인성군은 칠교 조각을 이리저리 옮겨가며 숫자 모양을 만드느라 고민 중이다. 수업 담당인 최성아 교사는 “정답이 없으니 자유롭게 방법을 생각해 보라”고 조언했다.

최근 ‘창의수학’에 관한 관심이 커지면서 이곳처럼 방과후 수업을 진행하는 학교가 늘고 있다. IMT(국제수학대회) 같은 경시대회도 생겼다. 방승진(아주대 수학과) 교수는 “세계적으로 창의성이 강조되면서 ‘창의수학’이 트렌드가 되고 있다”고 말했다. 한기완(용인 포곡초) 교사는 “창의성을 기르기 위해 수학이 가장 적합한 과목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창의수학반 수업에는 쌓기나무·칠교판·하노이탑·패턴블록·도미노·수막대 등의 교구가 활용된다. 최 교사는 “공간·위치감각을 키울 수 있는 교구를 체험하다 보면 폭넓은 시각과 창의성을 가지게 된다”며 “지식과 체험이 창의성의 원동력”이라고 말했다.

인천대 과학영재교육원에서도 창의성 계발 프로그램이 진행된다. 창의성 신장을 위해 기초과학과 연계한 통합교육 과정이다. 예컨대 ‘비탈면의 물체 이동’이라는 물리 실험에서 얻은 데이터를 활용해 수학 공식으로 변환하고, 이 수식을 물리적 현상(가속도·최대 속도·마찰력 등)을 이해하는 데 적용하는 것이다. 이정훈 국장은 “단순히 지식으로 자연과 사회를 파악하는 게 아니라 통합적인 사고와 사회적 또는 생태학적(자연의) 가치를 함께 가르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곳에선 일상생활 수학 과정도 진행된다. 생활 속 행위나 현상을 수학적으로 해석하는 것이다. 종이접기에 있는 규칙을 발견하고, 수학의 수열(특히 피보나치 수열 등)을 이해하는 과정으로 해석하는 식이다. 이 국장은 “창의사고력을 키우려면 부모가 창의적이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예를 들어 벽에 박힌 못을 뺄 때 부모가 아이들과 대화하며 쉽게 뺄 수 있는 방법을 찾는 것이다.


고려대 교과교육연구소는 수학 영재 창의력 교실 ‘스키마 수학’을 운영한다. 초·중등 수학교육 과정의 개념을 다양한 교구를 활용해 이해하고 적용하는 탐구 중심의 활동 수업이다. 김경미 연구원은 “문제 해결보다 문제 설정, 즉 문제를 만드는 활동이 창의 사고력을 키우는 데 효과적”이라고 말했다. 문제를 풀 때도 답이 없거나 답이 여러 개인 문제를 풀며 창의적으로 생각하는 것이 더 좋다. 김 연구원은 “다양한 수학 교구를 이용한 조작 활동으로 수학의 구조를 체험하고, 이를 바탕으로 사고를 확장하는 활동도 도움이 된다”고 조언했다. 예컨대 진법막대(십진법·이진법·오진법 등을 배울 때 활용할 수 있도록 끼웠다 뺐다 할 수 있는 막대)를 이용해 자연수의 곱셈 구조를 이해하고, 분수·소수·오진법·이진법·다항식의 곱셈, 인수분해 등으로 사고를 확장하는 활동은 수학적 창의성을 발현하기에 좋다.


글=박정현 기자
사진=김진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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